“손실 72% 확정인데...” 코스피 동전주, 이상 급등 주의보 [왕개미연구소]

이경은 기자 2022. 11. 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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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청산 ‘베트남개발1′ 6주새 상한가 8번
전문가 “폭탄돌리기... 제2의 쌍용양회 사태 걱정”
[왕개미연구소] #내돈부탁해

주식시장에선 때론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진다. 9일 코스피에서 그런 기현상이 나타났다.

이날 코스피 종목인 ‘베트남개발1’은 상한가를 찍으며 257원에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베트남개발1의 거래량은 2억2380만주로, 2422개 상장주식 중 1위였다. 발행주식 물량(1억3800만주)을 고려하면 1.6번 손바뀜된 셈이다.

베트남개발1은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다는 상한가(30% 상승)를 단 40일 만에 8번이나 찍었다. 시가총액이 354억원 밖에 되지 않는 소형주이면서 연일 상한가를 찍으니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솔깃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11일엔 주당 498원까지 올라서면서 2007년 상장 이후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지난 10월 19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공시 내용. 펀드가 청산 2022년 12월 25일 청산되며, 청산 가격은 72.58원이라고 적혀 있다.

베트남개발1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일반 회사가 아니다. 한국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한국투자운용(지금은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으로 변경)이 지난 2007년 3월에 설정한 7년 만기의 폐쇄형 뮤추얼 펀드다. 펀드 자산의 70%를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의 부동산 개발 사업 3곳에 투자했다.

폐쇄형 뮤추얼 펀드는 만기 전까지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데, 투자자들의 환금성 보장을 위해 거래소에 상장되어 일반 주식처럼 거래된다. 참고로 일반인들이 많이 가입하는 뮤추얼 펀드는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이다.

그런데 이 종목은 12월 23일까지만 거래되고 청산(상장폐지)되는 시한부 종목이다. 회사가 문닫은 것이 아니라, 펀드 내 보유 부동산을 전부 매각해 사업이 끝나 정리되는 것이다. 청산 가격도 이미 정해져 있는데 주당 72.58원이다. 상장폐지 이후 정리매매 기간은 없다.

뮤추얼펀드이기 때문에 개별 주식을 알박기하듯 갖고 있을 수 없고, 무조건 보유 주식수에 청산 가격을 곱한 금액으로 정산받아야 한다. 만약 9일에 베트남개발1 주식을 257만원 어치(1만주) 사서 보유한다면, 청산 이후에 73만원만 돌려받을 수 있다. 수익률은 마이너스 72%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달 6일 베트남개발1을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했고, 뒤이어 19일엔 펀드 운용사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내 공시까지 냈지만 거래가 줄어들긴커녕, 늘어나고 있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관계자는 “이날 주가가 왜 급등한 건지 당황스럽다”면서 “장난 치는 세력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잘 모르고 매수했다가 피해자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베트남 주택법이 바뀌어서 수혜를 입을 것이라거나 혹은 청산 가격이 1000원이라는 등 각종 루머가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당 펀드는 이미 자산을 다 매각해서 전액 현금화되어 있고, 지난 10월 공시했듯 12월 25일 이후 이사회를 열고 주당 72.58원에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일정은 이사회 이후에 공시할 예정인데, 2023년 1~2월쯤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유튜브에서 '베트남개발1'을 치면 근거없는 제목을 내건 동영상들이 주르륵 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튜브에 떠도는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공시를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개발1 상한가 급등을 지켜본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년 전에 국내 증시에서 화제가 됐던 쌍용양회 (현 쌍용C&E) 우선주의 도박이나 다름 없었던 폭탄 돌리기 사태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쌍용양회는 유통 물량이 적은 우선주에 대해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했다. 2020년 9월 상장폐지 결정이 공시되기 직전, 쌍용양회 우선주 주가는 1만4000원 정도였다. 최대 주주는 공개매수 가격으로 1만5500원을 제시했다.

지난 2020년 11월 10일 조선일보 경제면 뉴스 일부.

하지만 상장폐지 결정 이후에 주가는 이상 급등했고, 한때 장중에서 8만6100원까지 올랐다. 회사 측은 여러 번 공시를 내면서 투자자 유의 사항을 알렸지만, 주가는 고공 행진을 계속했다. 결국 쌍용양회 우선주는 2020년 11월 11일 예정대로 상장 폐지됐다. 종가는 2만5350원. 이날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액은 37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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