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는 필요 없다는데···지자체 이격거리 규제로 태양광 발전 잠재량 80% 제한
산업부는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에 이격거리(떨어진 거리) 규정을 두지 않고 있지만 129개 기초 지자체는 이를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격거리 규제로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입지 상당수를 이용하고 있지 못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에너지·환경정책 싱크탱크 사단법인 넥스트가 9일 발표한 ‘합리적인 이격거리 규제, RE100을 위한 첫걸음’ 보고서를 보면 총 226개 기초 지자체 중 129개가 도로·주거지와의 최소 이격거리를 조례 등으로 정하고 있다. 그중 105개 기초 지자체는 도로 인근 태양광 발전시설에 적용되는 최소 이격거리가 100m를 넘었다. 200m 이상인 기초지자체는 102개, 400m를 초과하는 곳도 46개였다. 경북 울진·청송, 전남 구례·완도·장흥 등에서는 도로 이격거리 규제가 1000m에 달했다.
넥스트는 기초지자체별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한 이격거리 기준을 조사해, 그에 따라 태양광 발전 시설 입지·발전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계산했다.
지자체가 태양광 발전시설에 이격거리를 두는 이유는 경관 저해, 빛 반사, 전자파 피해 등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2017년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 가이드라인’을 권고하며 지자체장이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해서 이격거리 기준을 설정·운영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주거밀집지역으로부터 이격거리를 두거나, 도로로부터 이격거리를 둘 때는 최대 100m를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도 담았다. 산업부는 태양광 발전설비의 빛 반사는 일반 유리보다 반사율이 낮은 점, 발전설비가 일반 가전제품보다 낮은 전자파가 발생한다는 점, 해외에서 도로·주거지역 등과 이격거리 제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보고서는 이격거리 규제가 없을 때, 규제 거리가 100m일 때, 300m일 때, 현재 규제를 적용할 때로 나눠 태양광 발전량 등을 계산했다. 자연환경보전지역, 문화재지역, 개발불가지역,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습지보호구역 등 태양광 발전 입지가 제한되는 지역은 분석에 포함하지 않았다.
현행 규제가 적용될 때의 발전 잠재량은 이격거리 규제가 없을 때와 비교해 22.6%에 불과했다. 단, 이격거리 규제가 없을 때의 태양광 발전 잠재량이 태양광 발전 시설 입지의 경제성까지 따진 것은 아니다.
이격거리 규제를 산업부 권고처럼 100m로 낮추면 798TWh(테라와트시)의 추가 잠재량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는 지난해 모든 발전원을 이용한 총발전량인 602TWh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격거리 규제 중 발전 잠재량을 크게 막고 있는 것은 도로 이격거리 규제였다. 현재 주거지역 이격거리를 유지하고, 도로 이격거리 규제가 없다면 524TWh의 추가 태양광 잠재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반대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104TWh의 추가 태양광 잠재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보고서는 “주거 지역은 도로와 인접하지만, 도로는 주거지역에서 떨어져 있는 곳들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격거리 규제로 가장 큰 태양광 발전 잠재량 손실이 있는 곳은 충남이었다. 규제가 적용되지 않을 때 충남은 311.2TWh의 발전 잠재량이 있지만, 이 중 약 8%인 25.6TWh만을 활용할 수 있었다. 경북에서는 현 이격거리 수준을 300m까지만 줄여도 현 이격거리 규제가 적용될 때의 74%에 달하는 잠재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대도시는 이격거리 규제 여부에 따라 잠재량 변화가 미미했다. 보고서는 “도시가 과밀화돼 태양광 설치 면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건물 옥상·주차장 등에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하는 접근법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적었다.
보고서는 “기업들의 RE100 선언이 줄을 잇고 있지만 발전소 부지 부족으로 태양광 발전사업허가 수는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가 빠르게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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