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시한 3주 남았는데···소위다툼에 예산심사 손도 못댔다

주재현 기자 2022. 11. 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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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소위 이어 예결소위 두고 재차 파행
기재위, 원 구성 110일째 개점휴업 상태
기재위원들도 분통···“밤 새서라도 합의해라”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인 류성걸(왼쪽) 국민의힘,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전체회의 도중 소위원회 배분 협상을 위해 소회의실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여야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에 이어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장을 두고 대치하면서 기재위가 또다시 파행했다. 조세소위가 세법 심사를 담당한다면 예결소위는 기재위 소관 부처의 예산안 심사를 전담한다. 예산 심사 기한이 3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재위가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세법과 예산 심사가 졸속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대출 기획재정위원장은 9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열고 ‘소위원회 구성의 안’을 첫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여야 간 이견으로 무산됐다.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조세소위와 별개로 예산안 심사를 위해 예결소위 위원장을 선출할 계획이었으나 이마저도 실패했다. 이에 따라 기재위는 여야가 원 구성을 합의한 7월 22일 이후 110일째 소위원회 공백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기재위는 국회 17개 상임위원회 중 소위원회 구성을 하지 못한 유일한 상임위다.

여야 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은 윤석열 정부가 세제 개편을 전면에 내세워서다. 정부가 법인세·소득세 등 주요 조세를 대폭 손질하는 안을 내놓자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 반대’를 외치며 세법 송곳 심사를 예고하면서 조세소위원장 자리의 몸값이 올라갔다. 국민의힘으로서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민주당으로서는 부자 감세 저지를 위해 조세소위를 포기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여야 모두 국회 관례를 명분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통상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여당이 조세소위를 맡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기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가져갔으니 기재위 제1소위원회인 조세소위 위원장은 야당이 맡는 것이 순리라고 반박했다. 양당은 이 같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원 구성 이후 몇 달을 허비했다.

협상의 물꼬가 트인 것은 민주당에서 조세소위원장을 1년씩 교대로 맡는 안을 제안하면서다. 야당이 먼저 맡는 방식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난색을 표했지만 원내대표 간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먼저 1년간 조세소위원장을 맡는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협상이 타결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위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에 따르면 기재위 소위원회 배분 협상은 일주일 전부터 여야 원내대표 주도로 진행돼왔다. 통상 각 상임위 안건은 상임위 여야 간사가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만 중요 사안의 경우 원내 지도부가 직접 협상하기도 한다.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서 재차 파행을 겪은 것은 예결소위원장 문제가 돌발 변수로 떠오른 탓이다. 여야는 예결소위원장 선임 안건 상정에는 합의하면서 정작 어느 당이 위원장을 맡을지에 대해서는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자당 의원을 소위원장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소위원회 구성은 불발됐다.

신 의원은 “야당이 법안과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협조할 수 있도록 여당이 먼저 양보해서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는 “오늘 같은 경우 (법안·예산안) 심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제가 먼저 소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며 “이조차 못하면 결국 그 책임은 정부와 집권 여당이 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재위 국민의힘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조세소위는 물론 예결소위도 여당이 맡는 것이 상식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예결소위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는 것으로) 합의된 줄 알았는데 야당에서 다른 말을 해 깜짝 놀랐다”며 “경제재정법안심사소위원회는 민주당이 맡을 테니 예결소위는 민주당부터 1년씩 나눠 담당하는 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다만 류 의원은 “조세소위를 국민의힘이 2년간 전담하는 것”이라고 말해 야당의 반발을 샀다.

기재위 소속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박 위원장과 여야 간사에게 협상 타결을 촉구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여당이 먼저 여당답게 주도하며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상임위 운영은 합의하기 나름이다. 위원장이 나서서 문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소위원장을 정하지 못해 예산안 심사를 하지 못하는 것은 민망한 일”이라며 “간사들이 조속히 합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합의도 하지 않고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여야 간사는 오늘이라도 하루종일 협상해 결론을 내달라. 협상이 끝날 때까지 날이라도 새워라”라고 질타했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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