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바속촉’ 성동일의 ‘무심한 진심’[★인명대사전]
배우 성동일의 성격을 단적으로 표현하라면 ‘츤데레(ツンデレ)’라는 단어로 요약이 된다. 일본에서 처음 쓰였던 이 단어는 ‘퉁명스럽게 군다’는 뜻의 ‘츤츤’과 ‘부끄러워하다’라는 뜻의 ‘데레데레’ 합성어로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굴지만, 속으로는 따뜻하게 대한다. 즉, 호의를 갖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무심한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1991년 드라마 ‘은실이’에서부터 가져왔던 ‘빨간양말’과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지만 2000년대가 넘어 예능에도 자주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진면목은 여러 채널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걸 종합하면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많고, 한 번 마음을 준 사람들은 이를 담뿍 느낀다는 것이다.
그런 그의 ‘무심한 진심’이 요즘 크게 통하고 있는 것 같다. 드라마와 예능, 영화 등 매체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 1년으로만 한정하면 드라마에는 무려 다섯 편이나 연달아 출연했다. 그 비중도 적지 않아서 거의 1년을 내내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김은희 작가의 작품으로 대작이었던 tvN ‘지리산’에서 레인저들의 대장 조대진 역으로 묵묵하고 다정한 리더지만 한 편에는 비밀도 간직한 다층적인 인물을 연기했다. 그다음으로는 비(정지훈), 김범이 주연을 맡은 tvN 드라마 ‘고스트 닥터’에서 망자로 이승을 떠도는 테스형을 연기했다. 그 역시 장난스러운 것 같이 보이지만 나중에는 김범과 큰 인연이 있었던 사명감 있는 의료인이었다.
KBS2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에서는 극 중 호스피스 병동의 자원봉사 반장으로 솔직한 성격이지만 또한 속정도 있다. 영화 ‘탐정’ 시리즈에서 자주 호흡을 맞췄던 권상우와 함께 한 웨이브 ‘위기의 X’에서는 동네 명의이자 ‘a저씨’ 권상우를 보이지 않게 챙기는 허준 역을 연기했다.
지금 방송 중인 KBS2 월화극 ‘커튼콜’에서도 비슷하다. 극 중 호텔 낙원 총수 자금순(고두심)의 오른팔인 실질적인 수행비서 정상철 역을 맡았다. 자금순이 찾는 꿈에 그리는 손자가 마약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배우인 유재헌(강하늘)에게 친손자 연기를 제안하는 치밀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자금순이 상처를 받지 않고 남은 여생을 보내길 바라는 배려가 숨어있다.
최근 작품만 나열해도 이렇게 ‘겉바속촉(겉은 까탈스러울 정도로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한 감성이 있는’의 캐릭터가 나열된다. 최근 성동일은 조연이면서도 극의 중심을 잡고, 단선적이지 않고 다층적인 반전의 묘미가 있는 인물을 연거푸 연기한다.
성동일을 캐스팅하는 연출자나 제작자들이 그의 반복적인 이미지 소모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동일은 등장할 때마다 대동소이하면서도 조금씩 결이 다른 이러한 인물들을 세심한 디테일로 소화해낸다. 또한 겉으로는 무심한 척하면서도 후배들을 챙기는 모습으로 후배들의 신임도 얻는다.
이는 그가 출연하는 예능 ‘바퀴달린 집’을 봐도 알 수 있다. 2013년 MBC ‘아빠! 어디가?’를 통해 고정 예능에 처음 출연했던 그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세 시즌이 거듭되고 있는 tvN ‘바퀴달린 집’에 출연 중이다.
여기 출연했던 고정출연자들이나 초대손님들은 직간접적으로 성동일과 인연을 맺고 있다. 시즌 1 막내 여진구는 데뷔작 ‘사랑하고 싶다’에서 성동일과 부자연기를 했고, 시즌 1에는 혜리, 성시원 등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그의 ‘개딸’ 역을 했던 배우들이 이어졌다.
시즌 3에는 ‘고스트닥터’에 함께 한 정지훈, 유이,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을 함께 한 지창욱, 또한 지금 ‘커튼콜’을 함께 하는 강하늘 등 출연한 작품들의 후배들이 모두 등장한다. 이들이 말하는 현장에서 성동일의 모습은 ‘겉바속촉’으로 한결같다.
역시 성동일은 인터뷰 섭외가 쉽지 않은 배우로 통한다. 많은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했지만, 출연 계약시 ‘인터뷰가 필수’인 작품들을 제외하면 나선 적이 거의 없다. 그리고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처음 봤을 때 무심한 그의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데뷔 부터 30년, 그의 모습은 전혀 변한 것이 없으며 그러므로 한결같은 신뢰를 준다. 연기에 있어서도 관계에서도 늘 같은 사람일 것 같은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그것이 빛나게 등장하지 않아도 우리가 30년 동안 ‘성동일’이라는 이름을 잊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또한 차기작으로 드라마 ‘심야사진관’, 영화 ‘2시의 데이트’ ‘하이재킹’ 등을 찍으며 끊임없이 연출자, 제작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이유도 된다.
‘겉바속촉’ 무심한 진심의 성동일은 어느덧 연기 안팎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됐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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