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임영웅 탄생 기대…트로트 경연 화룡점정 찍을 것"

정주원 2022. 11. 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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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이 다시 트로트로 불타오른다. 트로트 열풍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미스트롯1·2' '미스터트롯'의 제작자 서혜진 PD 겸 크레아스튜디오 대표가 12월 중순 MBN '불타는 트롯맨'으로 돌아온다. 2019년 시작된 서혜진 사단의 트로트 경연 예능 네 번째 시즌으로, 그 여정의 대미를 장식할 프로그램이다. 노윤 작가 등 기존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원조의 명맥을 잇는다.

앞선 프로그램들이 가수 송가인·임영웅 등 트로트 스타를 배출하고 중장년층의 취미·소비 행태를 뒤바꿨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끼쳤으니 바깥의 기대만큼 내부의 부담은 작지 않을 터. SBS·TV조선 등 방송사 소속 PD로 활동하다 20여 년 만에 독립 회사를 차려 내놓는 첫 작품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미스터트롯2와 편성 시기가 겹치면서 트로트 샛별들의 경쟁뿐 아니라 프로그램 간 경쟁에도 방송가는 주목한다. 첫 녹화를 앞두고 최근 서울 상암동의 크레아 사무실에서 만난 서 대표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란 느낌이 있다. 우리가 가진 강점 안에서 새로운 걸 보여주자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스튜디오 한쪽 방에 마련된 '오디션 예심장'에는 설렘과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회의적 시선은 따라붙기 마련. 서 대표로선 유종의 미를 꿈꾸지만, 대중 일각에선 트로트 예능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왜 또 트로트 경연이냐고 묻는다면, 서 대표는 주저 없이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위해서"라고 답한다. 개개인이 트로트나 오디션 문화를 즐기든 그렇지 않든 스타 연예인이 탄생하며 대중문화계에 한 획을 그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서 대표는 이번엔 어떤 스타가 탄생할지, 누가 잘할지 등의 예측에 대해선 "아무 의미도 없다"고 단언한다. '엄청난 운이 소용돌이치는 판'이다 보니 잔뼈가 굵은 작가들도 "알 수가 없다"고 한단다. 미스터트롯에서 최종 3위로 데뷔한 가수 이찬원이 살아 있는 예다. 당시 방송 전 예심에선 이찬원이 기사회생한 참가자였는데, 정작 전파를 타자 누구보다 매력을 뽐내며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서 대표는 "스타성은 곧 자기가 뭘 잘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인지하는 것에서 발휘된다"며 "미션을 거듭하면서 자신의 강점을 찾고 약점을 고쳐가면서 성장하는 게 오디션 프로그램의 묘미"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유연하게 귀가 열려 있는 사람만이 발전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오디션은 '복된 장르'다. '참가자, 시청자, 제작자 모두가 윈윈하는 시스템'이어서다.

스타 탄생엔 제작진의 책임감도 동력이 됐다. 오디션 순위를 가르는 데 그치지 않고 후속 트로트 예능을 잇달아 내보내며 참가자들에게 '애프터서비스'를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이제는 제가 제작사로 나와 있으니 더 좋은 환경이다. MBN은 물론 OTT, 유튜브 등 다양한 콘텐츠를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마침 코로나19 대유행이 막바지에 다다른 점은 또 다른 기회다. 서 대표는 "일본 시장이 새롭게 열릴 수도 있으니 시장의 확장성을 위해 꼭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한다"며 "트렌드에 맞춰 적절한 시기에 오디션 대장정의 마무리 같은 느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전 오디션과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이른바 '오픈 상금제' 도입이다.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는 상금 액수가 3000만원에서 시작해 1억5000만원으로 시즌을 거듭하며 커진 바 있는데, 불타는 트롯맨은 아예 상한선을 정해놓지 않았다. 응원하는 시청자·팬덤 규모가 커질수록 우승자에게 돌아가는 상금 액수도 커진다. 서 대표는 "제작진도 참가자도 상금이 어디까지 터질지 모른다"며 "시청자가 자신이 응원하는 참가자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줄수록 큰 보상을 받아갈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데뷔 44년 만에 예능에 출연하는 가수 심수봉의 등장도 화제다. 심수봉은 프로그램 후반부에 '레전드 마스터' 미션을 계기로 출연한다. 여기엔 제작진의 노하우도 발동됐다. 앞서 임영웅이 가수 주현미의 '울면서 후회하네' '비 내리는 영동교' 등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찬을 받았던 점을 떠올린 것이다.

서 대표는 "미스터트롯을 찍어보니 남자 가수가 여자 가수 원곡인 노래의 애절한 감성을 살려 부를 때 매력이 폭발하더라"며 "새로운 스타들과 심수봉 선생님의 곡들이 어떻게 결합될지 상상하면서 모셨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유독 '각본 없는 드라마'에 강하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만들기 전엔 SBS에서 '놀라운 대회 스타킹'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등을 만들었다. 대개 일반인이 나와 자신을 뽐내거나 일상을 드러내는 포맷이다. 서 대표는 "과거에도 어느 인터뷰에서 '짜이지 않은 웃음, 계산할 수 없는 리액션이 재밌다'고 답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어떤 상황이 던져졌을 때 출연자의 운과 대중의 반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재밌다"고 했다.

그런 그가 최근 즐겨 본 프로그램은 일반인 연애심리 관찰예능 '환승연애2'. 방송가 밥만 20년 넘게 먹은 베테랑 PD인데도 이 프로그램에 대중이 보인 몰입도와 반응은 뜻밖이었다. 게다가 요즘은 시청자 반응 속도가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점도 제작자로선 새로운 자극이다. 서 대표는 "연애, 일반인, 관찰 등 요소 자체는 새로울 게 없지만 시대에 맞게 어떤 옷을 입히는지, 그 포장지가 예능 프로그램 기획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TV조선에 있을 때 이혼 가정이 늘고 있다는 인구 통계를 참고해 '우리 이혼했어요'를 만든 것이나 골프 인구가 확대되는 시장 흐름을 읽고 '골프왕'을 론칭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제작자로서 시청률은 늘상 최대 가치다. 시청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의 각종 논란과 구설은 딜레마일 법도 한데, 서 대표는 "그저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라 윤리적 기준에 엄청나게 어긋나지 않는 한은 대중의 관심으로 받아들이죠. 대신 오해가 있다면 제작진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푸는 것을 요즘 시청자가 원하는 것 같아요."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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