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된다고 외국계 헤지펀드가 숏커버링?…공매도잔고 오히려 늘었다

노자운 기자 2022. 11. 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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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잔고, 한달 새 9.8조→10.2조
“헤지펀드, 숏커버보단 롱포지션 축소 치중”

국내외 금융기관들의 북클로징(book closing·회계 결산) 시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국내 공매도잔고(투자자가 공매도를 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북클로징이 빠른 외국계 헤지펀드 등이 숏커버링(환매수)에 나서 우리 증시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시장은 이에 화답하지 못하고 있다.

일러스트=김성규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잔고는 총 10조2850억원에 달했다. 한달 전(9조8500억원)과 비교해 늘어난 것이다. 일일 공매도잔고는 지난달부터 줄곧 10조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공매도는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 매도한 다음 저가에 사서 갚는 거래 기법이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공매도 기법을 활용하면 차익을 거둘 수 있다. 공매도잔고는 투자자들이 숏커버링해 빌린 주식을 갚을 때 줄어든다.

셀트리온의 경우 공매도잔고가 한달 새 4300억원에서 4800억원으로 늘었다. 카카오뱅크 공매도잔고는 2300억원에서 2900억원으로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1800억원대에서 2300억원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1700억원에서 2300억원으로 늘었다.

대차잔고 역시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일 기준 대차잔고 합계는 71조6300억원에 달했다. 한달 전(64조원) 보다 대폭 늘어난 규모다. 대차잔고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후 아직 갚지 않은 물량을 말한다. 통계적으로 전체 물량의 약 3분의1이 공매도에 활용된다.

공매도잔고와 대차잔고의 증가는 최근까지 시장 참여자들이 기대해온 것과 다른 현상이다. 11월을 전후로 수익을 확정짓는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10월 말부터 11월까지 북클로징을 실시한다. 최근 외국계 기관들이 우리 증시에서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공매도잔고를 줄이고 숏(매도) 포지션을 축소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숏커버링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건이나 모건스탠리는 최근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헤지펀드의 디그로싱(포지션 정리 및 현금화)을 진행 중인데, 지난 8월 초와는 달리 롱 포지션 축소를 주 목적으로 삼고 있다.

글로벌 헤지펀드가 우리 공매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 자체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위험 가중치를 조절하기 위해 공매도 비중을 조절할 수는 있으나, 한국 시장에서는 헤지펀드보다 패시브펀드(특정 주가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을 담아 지수 상승률 만큼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의 영향력이 훨씬 더 크다”며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이 한국 시장의 공매도나 대차잔고를 흔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공매도잔고 및 대차잔고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주식을 대차한 상태에서 배당금은 주식의 원래 보유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배당락 전 대차한 주식을 굳이 반환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외국계 기관은 배당금 발생 전 대차했던 주식을 원래 주주에게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관이 주식을 빌린 상태에서 배당금이 발생하면, 배당금은 원래 주주에게 돌려주더라도 국가 간 세금 이슈 및 내부 리스크 비용 이슈를 감안하면서까지 잉여대차잔고를 유지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차라리 주식을 상환하는 쪽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주식을 반환한 후 연초에 다시 대차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작년 말에도 공매도·대차잔고가 일시적으로 감소한 바 있다. 공매도잔고는 작년 12월 중순 10조원을 넘겼다가 같은달 말 9조5000억원 수준으로 줄었으며, 대차잔고는 이 기간 75조원대에서 65조원대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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