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7개월 만에 확정된 손태승 '라임 중징계'…소송시 장기화 불가피
기사내용 요약
감경 전망 나오기도 했지만…'문책경고' 금감원 원안 유지
3년 간 금융사 임원 취업 제한…손태승 회장 3연임에 '빨간불'
[서울=뉴시스] 정옥주 김형섭 최홍 기자 = 지난 2019년 1조7000억원대의 환매중단을 초래한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9일 최종 확정됐다.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판매자로부터 손 회장이 직접 보고를 받는 관리감독자라는 점에서 불완전판매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 4월8일 금융감독원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결정을 내린지 1년 7개월 만에 금융위원회의 손을 거쳐 중징계가 확정됐지만 연임을 노리고 있는 손 회장이 징계최소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여 법원 결론까지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銀이 가장 많이 판매한 라임펀드…중징계 '문책경고' 확정
라임펀드 사태는 지난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시장 상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면서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에서 촉발됐다. 의혹이 불거지자 라임펀드에 들어 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하면서 결국 환매가 중단됐다.
라임펀드에 들어간 돈이 무자본 인수·합병(M&A)꾼들의 상장사 인수나 부실기업 투자로 이용된 정황도 포착됐다. 펀드 판매 과정에서 제대로 정보를 주지 않는 불완전 판매 행위도 파악돼 다수의 관계자들이 처벌을 받았다.
환매 중단된 라임펀드는 우리은행에서 판매된 금액이 357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당초 금감원은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을 맡았던 지난 2019년 초 라임펀드를 불완전판매한 책임이 있으며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도 있다고 보고 지난해 2월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사전통보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가장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 순으로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 권고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3단계인 문책경고 이상부터는 3~5년간 금융권 임원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이어 지난해 4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는 라임펀드 투자자에게 투자손실을 배상할 것을 권고한 분쟁조정위원회 권고안을 신속하게 받아들인 점을 고려해 징계 수위를 한 단계 낮춰줬지만 중징계(문책경고)는 유지됐다.
"라임펀드 사태 엄중"…금융당국, 불완전판매 책임자로 판단
우리은행이 투자금 손해를 신속하게 배상하는 등 투자자 구제에 적극 노력했다는 게 손 회장 징계 감경 전망의 배경이었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해 3월15일 금감원 라임펀드 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 조정안을 수용했다. 조정안이 적용된 펀드는 라임 Top 등 총 2703억원 규모다. 또 2020년 9월에는 분조위의 무역금융펀드 전액 배상 권고를 수용해, 약 3주 만에 투자자 99%에 달하는 반환금 지급을 완료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신한은행의 2769억원 라임펀드 판매건과 관련해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제재 수위를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에서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로 경감시켜준 바도 있다.
이에 따라 안건소위원회 등을 통해 그동안 금감원과 우리은행 측의 입장을 번갈아 들어오면서 금융위 내부에서도 징계 경감을 주장하는 위원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라임펀드 사태 당시 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이 불완전판매의 보고라인에 직접적으로 연관됐기 때문에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최종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라임펀드의 불완전판매 행위자가 본점 차원의 '임원'인 만큼 이에 대한 관리감독자인 '우리은행장'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가 매우 엄중하고 금감원에서 건의한 안이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판단을 계기로 금융사들이 소비자 보호에 엄중한 책임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은행 자구노력으로 징계가 한 단계 경감된 진 행장의 경우와 다르게 손 회장은 이미 제재심 단계에서도 징계가 경감됐는데 또 한 단계 낮춰주는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측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을 놓고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손 회장은 라임펀드 사태와는 별개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로도 금융당국에서 중징계를 받았지만 소송을 내며 법정다툼 중이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글로벌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판매하고 경영진이 내부규정을 부실하게 만들었다고 판단, 지배구조법(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을 근거로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렸다.
그러나 손 회장은 금감원 결정에 불복해 징계 취소청구소송을 제기, 1·2심에서 잇달아 승소했으며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인데 일련의 상황이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중징계 결정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주지 않았겠냐는 해석이다.
손태승, 징계취소소송 나설 듯…라임펀드 내부통제 제재도 남아
손 회장이 DLF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징계 취소청구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손 회장은 3연임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문책경고를 받아들이다면 3년 간 금융사 임원 재취업이 불가능해 연임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이 이번에도 법적 다툼에 나설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본인이 판단할 사안이지만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최근 1년 간 횡령 등 내부통제와 관련된 사건들도 많았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길 바란다"며 "현재 경제와 금융시장 여건도 매우 좋지 않은데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서 신중하게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아직 라임펀드와 관련한 손 회장의 내부통제 부실 징계 절차가 남아 있다. 라임펀드와 관련한 손 회장 징계건은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두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는 불완전판매 제재는 이번 금융위 의결로 최종 결론이 났지만 지배구조법이 적용되는 내부통제 부실 제재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보류된 상태다.
동일한 내부통제 부실 이슈인 DLF 사태 관련 손 회장과 금감원 간 소송 결과가 대법원에서 어떤 결론으로 매듭지어지느냐에 따라 제재 절차 재개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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