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핸드프린팅] "배우의 색이 짙어지는 영예"…설경구→공승연, 청룡영화상이 준 환희와 무게(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누군가에게는 한 해의 마침표이자 누군가에겐 사랑의 매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책임감을 느끼게 순간이자 또 다른 꿈을 꾸게 하는 계기가 됐다. 배우 설경구, 문소리, 허준호, 김선영, 정재광, 공승연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안긴 청룡영화상은 지칠 때 힘이 되어준 응원이었다.
제43회 청룡영화상 핸드프린팅 행사가 9일 오후 네이버 NOW를 통해 온라인 중계됐다. 청룡영화상은 국내 영화산업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지난 1963년 개최, 매년 주목할만한 성취를 이룬 작품들과 한국 영화를 빛낸 영화인들을 재조명해오고 있는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 시상식이다.
지난해 열린 청룡영화상은 2000년 '박하사탕', 2002년 '공공의 적'에 이어 '자산어보'로 세 번째 남우주연상을 꿰찬 설경구를 비롯해 2002년 '오아시스'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이후 19년 만에 여우주연상으로 두 번째 수상의 영광을 안은 문소리, 1995년 '테러리스트'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이후 무려 26년 만에 '모가디슈'로 두 번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허준호, '세자매'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훔친 '심(心) 스틸러'로 연기력을 입증받은 여우조연상의 주인공 김선영, '낫아웃'에서 리얼한 연기로 괴물급 신예로 등극한 신인남우상 정재광, 절제된 캐릭터를 안정된 연기로 빛낸 노련한 신인여우상 공승연에게 영예를 안겼다.
오는 25일 열릴 제43회 청룡영화상에 앞서 지난해 청룡영화상을 빛낸 영광의 수상자 설경구, 문소리, 허준호, 김선영, 정재광, 공승연이 이날 열린 청룡영화상 핸드프린팅 행사에 참석해 역사적인 기록을 남기고 지난 1년의 궤적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수상자들에게 지난해 청룡영화상의 의미는 그야말로 특별했다. 설경구는 "사실 다른 상도 좋지만 청룡영화상은 어떻게 보면 한 해 동안 영화계 전반을 마무리하는 느낌도 있다. 또 오랜만에 반가운 동료 배우들을 만나러 가는 영화제이기도 하다. 특히 청룡영화상은 참여하는 모든 배우들이 자신이 상을 받지 않더라도 서로에게 축하해주는 자리이지 않나? 1년을 잘 마무리하는 영화상인 것 같다. 상을 받는 것도 좋지만 받지 않아도 너무 좋은 자리가 바로 청룡영화상인 것 같다"고 밝혔다.
허준호 역시 "수상 소감으로 '꿈의 현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청룡영화상은 내게도 참 특별하다. 사실 나는 '모가디슈'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공백기가 있었다. 어렸을 때 내가 연기를 막 시작할 때 한국 영화는 항시 웅장함 속 허술함이 있었다. 그리고 공백기 동안 틈틈이 한국 영화가 참 많이 발전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피부로 크게 체감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모가디슈'라는 작품이 더 크게 다가왔다. 내가 그동안 꿈꾸던 '이 정도 현장이길 바란다'라는 걸 '모가디슈'가 이뤄졌다"며 "그런 의미로 청룡영화상은 내게 사랑의 매로 다가오기도 했다. 어렸을 때 '내가 배우가 될 수 있을까?'라며 스스로 의심하고 있을 때 청룡영화상을 덜컥 받았다. 그리고 다시 오랜만에 돌아와 또 상을 받게 됐다. 내 직업인 배우의 글자 색이 짙어지게 된 것 같다. 나라는 배우의 색이 짙어지는 것 같아 좋고 한편으로는 사랑의 매로 느껴지기도 한다"고 솔직히 답했다.
충무로를 이끄는 여성 파워 문소리와 김선영도 청룡영화상의 의미를 되새겼다. 문소리는 "나도 나지만 주변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들과 늘 내 옆에서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가족들이 정말 행복해했다. 내가 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상을 받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겐 잊지 못할 소중한 순간이 됐다. 수상 소감으로 '더 멋지고 이상한 여자가 많이 나오는 영화로 돌아오겠다'고 선언했는데 내가 뱉은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선영은 "올해 내가 47살이다. 앞으로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해준 상인 것 같다.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졌고 앞으로 있을 연기 세월 동안 영광스러운 자리에 더 초대받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사실 상은 운이 좋아서 받은 것 같다. 우리 영화가 개봉할 당시 많은 다른 영화가 코로나19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너무 개봉을 고민하고 있을 시기였고 우리가 그 당시 과감하게 결정했다. 그래서 더 운이 좋아 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겸손을 보였다.
미래 한국 영화를 이끌 기대주들 역시 상의 의미를 가슴에 새겼다. 정재광은 "지난해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받은 뒤 많은 축하를 받았지만 특히 '낫아웃'의 이정곤 감독의 축하가 잊지 못할 순간이 됐다. 이정곤 감독이 수상 소식을 듣고 곧바로 택시를 타고 여의도 KBS홀까지 달려왔더라. 꽃다발을 주면서 '너무 고생했다'고 축하해줬다. 그때 축하를 잊을 수 없다"며 "청룡영화상은 나에게 숙제, 책임감을 안긴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또 가치 있는 연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이 고민하게 됐다. 또 초심을 되찾게 해줬다. 들떴던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됐다"고 곱씹었다.
공승연은 "힘이 많이 됐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개봉하기 전까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몰라 너무 무섭고 떨리고 고통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좋은 평가를 받고 이렇게 상까지 받고 나니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길이구나' 힘이 됐다. 앞으로 연기하면서 힘든 일도 있고 뜻하는 바를 못 이룰 수도 있는데 그때마다 청룡영화상의 기억을 되짚으면서 청룡영화상의 힘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43회 청룡영화상은 오는 25일에 여의도 KBS홀에서 개최되며 KBS를 통해 생중계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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