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IRA 연내 개정은 어려워" 韓자동차·배터리업계, '시간과의 싸움'

車, 배터리 업계, 美중간선거 주목
현대차 지원 사격, 조지아 주지사 재선엔 성공
"연내 개정은 무리" 된다면 내년 상반기가 유력

[파이낸셜뉴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했다고 해도, 한국 자동차·배터리 산업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미국 민주당 주도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폐지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게 국내 산업계와 통상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미국 공화당, 민주당, 양당 모두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선 사실상 일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업계가 현실적으로 바라고 있는 '법 개정' 가능성 역시, 선거 결과가 하나의 '모멘텀'은 될 수 있어도 연내 즉각적인 개정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정 작업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로건 국제공항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 등 대규모 예산법 통과를 홍보하면서 미국 내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뉴시스

■자동차·배터리 업계 '안도와 신중'
IRA시행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자동차 기업,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중간 선거 결과에 따른 향후 IRA 폐지·개정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원의 경우 공화당이 승리하면서 IRA 개정 기대감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조심스럽게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모양새다.

IRA시행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현대차그룹은 미 중간선거 전체 결과와 함께 미국 전기차 생산 거점이 될 조지아주의 선거 결과 역시 주목했다. 우선, 미국 전기차 공장이 위치할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 내부에선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 조지아주에 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켐프 주지사는 IRA '3년 유예' 등 법 개정 필요성과 함께 세제 혜택 등 기업 유치를 위한 다양한 당근책을 제시한 상태다. 일단, 주정부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다. 지난달 말, 현대차그룹이 이번 중간선거를 2주 앞두고 예정보다 조기에 공장 기공식을 앞당겨 실시한 것도, 현지의 정치 상황을 고려한 조치였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지난달 말에 열린 현대차그룹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 현대차그룹 제공.

배터리업계는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더라도 IRA법안으로 대표되는 '아메리칸 퍼스트'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화당 쪽에서 IRA 법안 수정이나 폐기와 관련된 법안 상정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다"면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정책을 크게 흔들거나 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배터리 기업 관계자도 "미국 우선주의에서 나온 IRA 법안이 선거 결과에 따라 크게 수정되거나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공급망 다변화 정책 및 현지 투자 등 기존에 준비하던 내용들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화당 정책 우선순위에 놓일 지가 관건"
국내 대표적인 통상 전문가인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주 제네바 대사)은 "IRA 개정을 충분히 기대를 해 볼 수 있는 상황이 됐으나, 문제는 미국 공화당이 생각하는 개정 방향이란 게 미국 에너지 업계 등 미국 기업들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생각하는 개정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고문은 "미국 백악관 및 의회를 상대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개정 시점에 대해선, "정부와 업계가 기대하는 연내 관철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미 의회의 개정 의사만 확인된다면 내년 상반기 중에는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조성대 실장은 "공화당 주도 의회에서, 법 개정 가능성이 좀 더 올라간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 역시,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시기적으로 연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기본적으로 공화당이 IRA개정을 정책 아젠다의 우선순위에 놓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소원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팀장도 "일단 민주당 정책에 제동이 걸리는 등 일종의 모멘텀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 개정 자체의 개정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추정화 구미통상실장은 "큰 틀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면서"적용 유예 등 한국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현실적인 협상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