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선 결과 부정하는 ‘트럼프의 아이들’ 200여명 의회 진출[미국 중간선거]
미국에서 8일(현지시간) 실시된 중간선거의 주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 영향력이 얼마나 발휘됐느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해 재선에 실패했지만 아직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2024년 대선 출마를 다짐하고 있다. 퇴임 후에도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그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자신의 구미에 맞는 후보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직·간접적으로 후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간접적인 지표가 소위 ‘2020년 선거 부정론자’ 후보들이 본선에서 얼마나 당선됐느냐다. 2020년 선거 부정론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의문을 제기한 후보들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근거 없는 선거 사기 주장에 동조하는 ‘트럼프의 아이들’인 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선거에서 연방 상·하원 및 각 주의 주요 공직에 291명의 2020년 선거 부정론자들이 출마했다면서 동부시간 9일 오전 7시 30분 현재 164명이 당선을 확정 짓거나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 전역에서 2020년 대선 결과를 전적으로 부정하거나 부분적으로 의심한다고 밝힌 2020년 대선 회의론자 공화당 후보 약 370여명이 출마했다면서 그 중 약 200명이 앞서고 있는 상태라고 집계했다. 최소 80명은 낙선이 확정됐다. 2020년 대선 직후 “민주당 측에서 이번 선거를 훔쳐 가고 있다고 진정으로 느낀다”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던 마크웨인 멀린이 오클라호마주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원에서도 매트 게이츠, 마조리 타일러 그린, 폴 고사 등 열렬한 트럼프 전 대통령 충성파 현역 의원들이 재선에 성공했고, 애나 폴리나 루나 같은 신인들도 새로 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2020년 선거 부정론자들이 연방 의회와 주 정부 요직에 진출할수록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 제도를 공화당에 유리하게 만들려는 시도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그럴수록 미국 정치의 양극화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 공화당은 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으면 2020년 대선에 관한 집중적인 조사 활동을 벌이겠다고 다짐해 왔다.
다만 메메트 오즈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배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크게 지지했던 공화당 후보들이 주요 접전지에서 낙선한 사례가 나온 것은 그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 대선 재검표 요구를 거부했던 브라이언 켐프 공화당 주지사도 재선에 성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중요시하다 보니 극우 음모론자 등 득표력이 떨어지는 후보들을 본선에 진출시켰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표가 진행 중인 8일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2022년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성공’이라는 보도자료를 올렸다. 공화당의 승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는 9일 오전 1시쯤에는 “174명이 이겼고 9명이 졌다”면서 “정말 훌륭한 후보들이 엄청난 일을 해냈다”고 밝혔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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