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서울시·용산구, 이태원 참사 대응 공개 안 하고 ‘버티기’
[이태원 참사]
경찰과 소방이 이태원 참사 당일 교신과 대응 조처 등을 시간대별로 공개한 가운데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와 용산구, 지자체 사무 주무 부서인 행정안전부는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다. 이에 서울시와 행안부가 참사 당일 적절히 대응했는지 검증하기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정보를 적극 공개한 경찰과 소방은 수사 대상에 올랐으나, 서울시와 행안부는 수사에서도 빗겨가 있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서울시와 용산구가 행안부에 보고한 시간대별 상황 조치 내용을 공개해달란 요구에 “(지자체 보고에) 다른 기관의 활동들을 정리해서 보낸 게 아닌가 싶다”며 “지자체 자체로 조치한 내용 등을 구분해 판단할 필요가 있어서 정리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용산구가 행안부로부터 상황관리 지시를 받은 후 소방청 일지를 ‘복붙’(복사 붙여넣기)한 내용만 보고했다는 의혹에 대해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지자체 보고 중 어떤 부분이 ‘복붙’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 본부장은 “지자체의 시간대별 조치 사항을 유관기관 ‘복붙’ 보고와 지자체 자체 보고 여부를 명시해서 공개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참사 당일 행안부가 서울시와 용산구에 지시했던 재난문자 발송도 즉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본부장은 “(서울시의) 재난문자는 조금 늦게 발송이 됐다”며 “저희가 지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조금 늦게, 재난문자가 발송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해서 저희가 재차 재난문자 발송을 지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앞서 행안부는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밤 10시53분 서울시와 용산구에 철저한 상황관리를 지시하면서 관련 기관·부서 상황전파, 상황관리관 현장 파견, 재난문자방송 송출, 인명대피 등 총 4가지 사항을 당부했다. 행안부 지시에 대해 서울시는 같은 날 밤 11시27분, 용산구는 밤 11시47분에 각각 보고를 올렸다. 그러나 재난문자발송은 지자체가 보고를 올린 시점보다 약 30분 뒤 이뤄졌다. 서울시는 밤 11시56분에, 용산구는 자정을 넘긴 지난달 30일 새벽 0시11분에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서울시와 용산구가 행안부 지시에 대해 보고 시점보다 이행 시기가 늦었음에도 행안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재난문자 발송 외의 나머지 3가지 상황관리 지시에 대해 서울시와 용산구가 언제, 어떻게 이행해서 행안부에 어떤 보고를 올렸는지도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날 지자체의 재난문자 발송이 늦었다고 답한 김 본부장은 앞서 지난 7일 브리핑에서는 상황관리 지시 이행 여부에 대해 “저희가 볼 때는 대체적으로 다 이행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와 지자체 사무를 담당하는 행안부가 다른 기관과 다르게 정보 공개에 더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 본부장은 이날 “유독 지자체와 행안부의 교신 등만 공개가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가 자료 공개를 하지 않으려 할 때 행안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행안부가 오히려 동참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 “질문 취지를 알겠다.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얼버무렸다.
참사 당일 시간대별 대응을 공개한 경찰, 소방 등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재난 안전 주무부서이자 이들의 상급기관인 행안부는 정보 공개도 미진하고, 수사는 피해가는 모습이다. 마찬가지로 용산구의 상급기관인 서울시도 수사 대상에서 빗겨갔다. 특히 행안부의 대응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단 우려가 나온다. 지자체인 서울시와 용산구는 상급기관인 행안부에서 참사 당일 대응에 대해 살펴볼 수 있고 소방과 경찰, 용산구는 수사도 진행 중이다. 행안부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참사 당일 행안부 대응에 대한 검증은 내부적으로만 이뤄지게 됐다. 김 본부장은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며 “내부적으로 문제점이나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서 개선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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