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살아있음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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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보기가 두렵다.
우리 아이들을 십 년도 지나지 않아 두 번이나 잃었다.
치료가 필요할 만큼 우울증을 보인 것은 2014년 세월호 이후 두 번째다.
상식이 있는 모두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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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보기가 두렵다. 우리 아이들을 십 년도 지나지 않아 두 번이나 잃었다. 이번에도 지켜주지 못했다. 최근 26살 아들이 심하게 앓고 있다. 참사 며칠 전 이태원 그 장소에 다녀왔다고 했다. 세월호에 이어 또래들의 몰살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고, 관계자들의 대응에 다시 충격을 받았다. 치료가 필요할 만큼 우울증을 보인 것은 2014년 세월호 이후 두 번째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사고, 전쟁, 자연재해와 같은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대한 공포감과 고통을 느끼는 질환을 말한다. 압도적인 참사 앞에 온 국민이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다. 잔잔한 바다에서 304명을 태운 배가 가라앉고, 평화로운 거리에서 156명이 압사당했다. 살아나갈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그들은 전화기를 들고 가족에게 “살려달라”가 아닌 “사랑한다”고 말했다. 도대체 이 어린 생명들의 선량하고 무고한 죽음은 누구의 책임인가?
인재(人災)와 천재(天災)를 가르는 기준은 명확하다. 시간을 돌이켜 그때로 돌아가도 막을 수 없었다면 그것은 천재다. 이태원 참사는 인재다. 상식이 있는 모두가 안다.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난 날, 대통령은 사과해야 했다. 모두 국가의 책임이고, 지도자인 자신의 책임이라고. 공식적인 사과냐,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 없이 고개를 숙였어야 했다. 책임 있는 사람들의 거취를 결정하게 하고, 법적 책임이 있는 자는 처벌하겠다고 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고려사항은 정치적 유불리밖에 없어 보인다.
가장 두려운 것은 극심한 혼잡이 예상됐음에도 대비하지 못한 ‘예방참사’, 죽어가는 시민을 보면서도 구하지 못한 ‘구조참사’에 이어, 여야가 편을 갈라 싸우면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정치 참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세월호 뱃지가 좌우를 구분하는 표식이 되었듯 이제 이태원과 핼로윈도 피아를 규정짓는 낙인이 되어 제대로 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이번 참사 후속 조치의 최우선 목표는 국민에게, 유족에게 용서받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 책임을 묻고 다시는 생떼 같은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가 없도록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국민의힘은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오직 진실을 위해서만 이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만약 대통령의 탄핵이나 상대 정파의 괴멸, 다가올 선거 승리를 위해 이용한다면, 민주당도 참사의 또 다른 책임자다. 국무총리와 행안부장관 등을 끌어내리는 것이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유족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해임은 사과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살아있음'이 의미 없고 죄스럽지 않도록 우리 어른들이 이번에야말로 힘을 모아야 한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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