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강조한 교과서 나온다..교육부 "보수편향 아냐"

유승목 기자 2022. 11. 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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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2022 개정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 수정·보완해 행정예고…정책연구진 반대에도 '자유민주' 표현 명시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시민·기독교단체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비판하는 '10·10 자유문화대회'를 열고 있다. 2022.10.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이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자유민주주의냐, 민주주의냐라는 이 논란이 대단히 소모적이고 논쟁적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오승걸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

파행을 거듭하던 '2022 개정 교육과정 이념 논쟁이 일단락됐다. 교육부가 역사 교육과정에 '자유민주주의'를, 사회 교과엔 '기업의 자유'를 명시하는 등 교육과정 전반에 '자유'를 강조하는 방향을 확정했다. 아직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심의·의결 절차 등이 남아있긴 하지만, 사실상 학생들이 '자유민주적 질서'에 방점을 둔 교과서로 공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특정 진영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며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과정 개발을 책임지는 연구진의 반대에도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자유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육과정 독립성 훼손에 대한 지적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헌법 등에서 중시하는 가치를 반영해 대한민국 정통성을 명확히 했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 행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11.09.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9일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정책연구진 시안이 처음 공개된 후 공청회 단계에서 '6·25 남침' 반영 등 일부 내용이 조정됐지만, 고등학교 한국사와 중학교 역사의 현대사 영역에 '자유'의 가치를 반영한 용어 수록이 필요하단 의견이 지속 제기됐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용어를 행정예고안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헌법 가치 반영"…정책연구진은 반대
역사·사회 교육과정은 '성평등'을 비롯한 성(性) 관련 표현이 들어가는 도덕·보건 교육과정과 국악 홀대 논란이 불거진 음악 교육과정과 함께 쟁점으로 부각된 사안이다. 지난 9월 열린 교육과정 개정 관련 역사 교과 공청회에선 일부 참가자가 자유를 명시하고 '대한민국 수립·건국'을 추가하라며 고성을 질러 파행을 겪는 등 교육계를 넘어 보수·진보진영 갈등으로까지 격화됐다.

주된 논점은 민주주의 앞에 자유를 추가할지 여부다. 당초 교육과정 개발 정책연구진이 제시한 시안은 민주주의였는데, 국민참여소통채널과 공청회 등에서 찬반이 나뉘었다. 일각에서 민주주의로만 기술하면 '인민 민주주의', '사회 민주주의'와 구분이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된 반면 헌법 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한 만큼 민주주의로 해야 한단 의견이 나왔다.

/사진=교육부

교육부는 숙의를 거쳐 자유 민주주의를 반영하는게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 장 차관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명시된 헌법 전문, 헌법재판소의 관련 결정문, '자유민주주의' 용어가 사용된 법률, 역대 교육과정 사례 등을 종합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헌법 전문에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교육기본법'에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확립하고' 등의 내용이 나온다.

사회 교육과정 경제 부분에선 '기업의 자유'가 강조됐다. 이번 행정예고 시안 성취과정은 '시장 경제에서 가계와 기업의 역할을 이해하고, 근로자 권리와 기업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을 탐색한다'로 명시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만큼이나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인 자유로운 경제활동의 권리를 존중하는 서술로 바꾼 것이다.
갈등의 불씨 여전…교육부 "편향 없어"
교육부는 가치중립적인 측면에서 교육과정을 수정·보완했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갈등의 소지는 여전하다. 자유 표현을 두고 정책연구진과 교육부가 충돌하는 등 온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연구진은 자유 민주주의 표현에 반대했지만, 교육부가 자체적인 절차를 통해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홍재 교육부 학교교육지원관은 "수 차례 관련사항의 반영을 요청했지만 현행 수준인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교육과정심의회 등의 절차를 거쳐 교육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사진=교육부
정책연구진의 동의 없이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교육과정에 손을 대면서 연구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했단 논란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연구진의 전문성을 최대한 존중했지만, 전체적인 국민 여론 등과 맞지 않는 부분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또 고등학교 한국사 성취기준 해설에서 '독재 정치로 인한 민주주의 시련'로 서술하는 등 민주주의도 적절히 혼용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교육과정이 보수적 색채를 띠게 됐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오승걸 실장은 "한쪽만의 시각을 반영했다라는 것은 동의하기 쉽지 않다"며 "자유민주주의 뿐 아니라 역사적 맥락 속에서 민주주의 가치도 충분히 배울 수 있게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교육계는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국민과 교육계 요구를 수용했다"며 자유민주주의 명시가 헌법 취지를 존중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고 기업의 자유, 자유경쟁을 기반으로 한 시장경제 등을 슬그머니 끼워넣어 교육과정을 과거로 회귀시켰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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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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