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선발인원 동결’ 건의한 협회 “이직 빙하기에 공급과잉 우려”

김명환 2022. 11. 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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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따른 회계사 공급과잉 염려를 이유로 회계업계가 내년도 최소선발인원 ‘동결’을 금융당국에 건의했다. 2018년 신외부감사법 도입으로 인해 일감이 늘어난 것에 대응해 신규 합격자수가 늘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수급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고소득 직장인들의 스카우트 시장에 한파가 불어 닥치고 있어 타 직종으로 진출한 회계사들의 ‘리턴’도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합격자수 확대는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회계업계의 고민이다. ▶11월 9일자 A1·3면 보도

9일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주 금융위원회에 2023년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인원을 2022년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소선발인원은 신외부감사법 도입 직후인 2018년 850명에서 2019년 1000명으로 증가했고, 2020년부터는 3년째 1100명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최소선발인원은 1100명이었으나 업계에선 이보다 12% 가량 많은 1237명이 최종선발됐다. 지난 2018년(904명)에 비해서는300명 이상 증가한 것이다.

금융위는 이 같은 의견을 토대로 11월 중에 공인회계사자격제도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3년 공인회계사시험 최소선발인원을 결정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계업계의 의견을 받지만, 최종 결정은 심의위의 소관”이라고 말했다.

일단 빅4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안진)을 중심으로 회계감사 일손 부족은 여전하다고 호소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내부통제 강화 등으로 기업의 전문회계사 수요도 높은 수준이다. 반면 회계개혁 도입 후 4년간 합격자수 증가로 공인회계사 수요가 어느 정도 확보됐다는 게 회계업계 전체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그동안 회계업계는 늘어난 회계사 인력을 신외부감사법 도입으로 확대된 일감 대응에 적극 투입해왔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제 등이 시행되면서 감사 투입시간이 증가한데다가 주52시간제 적용으로 일손 부족 현상이 지속돼와서다. 신입을 사실상 업계인력으로 키우는 빅4 회계법인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빅4 회계법인의 올해 채용인원수는 1340명 이상으로 올해 신규 합격자수보다 많았다.

그렇지만 수급불균형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회계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디지털 감사기법 발달로 향후 회계사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고, 타 직종으로 진출한 회계사들이 경기침체로 다시 회계업계로 복귀할 움직임도 보이기 때문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반부터 빅4를 중심으로 퇴사율이 뚝 떨어지고, 타 직종에서 다시 이직을 해온 회계사는 증가했다”며 “실무인력이 필요해 신입 회계사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긴 하지만, 내년도 인력 관리를 어떻게 해야할 지를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2018년 이후 타 직종으로 진출한 인력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회계학회에 따르면, 지난 4년 간 3113명의 회계법인 회계사가 비회계법인으로 이직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의 리턴이 한꺼번에 이뤄진다면 회계업계는 공급과잉의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최근 ‘공인회계사 노동시장 수요·공급 분석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세미나에서 권세원 이화여대 교수는 “회계전문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인회계사 공급을 늘리자 회계사는 회계전문가시장으로 이동하고, 그 자리를 저연차 회계사가 대체해 회계감사시장의 품질이 낮아진 면이 있다”며 “회계전문가를 다른 방식으로 공급하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회계업계에서는 회계사의 기업 진출로 인해 업계의 감사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회계사시험 1차 합격자 등 대상으로 기업 전문회계사 인력 수요를 담당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기업 측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김민아 롯데지주 상무는 “기업의 회계사 채용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회계사 선발인원 확대는 감사품질 저하를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며 “1차 합격자 활용 등은 기업의 회계인력 충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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