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향한 악동의 '꾸벅' 인사, K-야구에 진심이었던 푸이그… '윈윈'동행 이어지나

허행운 기자 2022. 11. 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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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악동' 야시엘 푸이그(32)와 키움 히어로즈의 동행은 모두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성공리에 일단 마무리됐다. 푸이그하면 떠오르는 불같은 성격과 거기서 파생되는 이미지로 인해 그의 한국무대 입성에는 항상 물음표가 붙어있었다. 그러나 그 동행은 '윈-윈(Win-Win)'이 됐고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지난 9월 24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홈런을 기록하고 더그아웃에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야시엘 푸이그(키움 히어로즈). ⓒ키움 히어로즈

푸이그와 키움은 지난 1일부터 진행됐던 SSG 랜더스와의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에서 2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그토록 바랐던 'V1'의 꿈은 그렇게 저물었다. 하지만 키움을 향한 팬들의 박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자신들이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빛나는 SSG를 상대할 수 있는 최고의 호적수였음을 넘치는 투지와 높은 경기력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결국 승자에게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돌아가는 것은 당연지사. 그 화려한 순간이 자신들의 것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많은 키움 선수단은 패배 직후 아쉬움을 힘겹게 삼켜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누구보다 키움의 패배를 가슴 아파했던 외인 타자 푸이그가 있었다.

키움 구단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준우승 순간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의 푸이그는 SSG의 우승 세리머니가 펼쳐지고 있는 동안 키움 더그아웃에 가만히 앉아 울분을 삼키고 있었다. 김지수 외야 수비코치가 다가와 푸이그를 토닥이며 달래기도 했다. 그만큼 푸이그는 우승이 간절했다. 푸이그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소속이던 지난 2017~2018시즌 2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바라던 우승 반지 획득에 실패했다. 무대는 미국이 아닌 한국 KBO리그로 변했지만 그의 목표는 변함이 없었다.

아쉬워하는 야시엘 푸이그를 달래는 김지수 코치. 출처-키움 히어로즈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푸이그는 앞선 KS 기간 취재진과 만나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올해는 미국도 쿠바도 아닌 낯선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데 새로운 출발점에서 우승을 만들고 싶다"며 우승 욕심을 숨기지 않아왔다. "우승을 하면 미국 집이 있는 마이애미로 동료들과 팬들을 초청할 것"이라며 화끈한 우승 공약까지 내밀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최선을 다해 이번 가을 무대에 임했다. 지난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타율 4할6푼2리 2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훨훨 날기도 했다. 하지만 KS에서 SSG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결국 청운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감정이 올라온 것은 푸이그 뿐만이 아니었다. 키움의 많은 젊은 선수들이 우승을 목전에서 놓친 슬픔에 젖어있자 홍원기 감독은 라커룸 미팅을 통해 "너희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내년에도 잘해보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는 일일이 선수들과 뜨거운 악수를 나눴다. 아쉬움을 삭이고 있는 푸이그는 자신의 차례가 되자 허리를 꾸벅 숙이며 홍원기 감독의 손을 꼭 잡았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푸이그와 홍 감독의 악수는 이 외인 타자를 향한 그간의 부정적인 전망과 예측들을 한 번에 털어내는 상징적인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키움 홍원기 감독과 악수를 나누는 야시엘 푸이그. 출처-키움 히어로즈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메이저리그 통산 861경기 출전에 빛나는 푸이그는 올시즌 전격적으로 키움에 합류하며 KBO리그에 발을 들였다. 그의 화려한 커리어와는 별개로 그가 가지고 있는 '사고뭉치', '악동' 이미지로 인해 그의 미래가 어두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푸이그는 1년 동안의 성공적인 활약과 함께 선수로서나 그리고 한 명의 사람으로서도 성장했음을 증명했다.

팬들과의 특급 소통은 물론 동료들과의 소위 '찐친 케미'까지 발산하면서 키움 더그아웃의 마스코트로 떠올랐다. 푸이그 또한 한국 야구에 분 넘치는 '힐링'을 선사 받으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KS를 마치고 난 푸이그는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와 아름다운 사람들이 내 영혼을 성장시켰다. 여러분은 내게 새로워진 인생을 줬고, 나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었다"고 고백하며 뜨거운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제 포인트는 '이 감동스러운 동행이 또 이어질 수 있는가'이다. 그는 지난 KS 3차전을 앞두고 내년에도 KBO에서 활약하는지 묻자 "그 결정은 신만이 안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으니까 내가 대답할 수 없다. 최종적인 목표는 물론 미국에서 다시 야구를 하는 것이지만 혹여나 미국을 못 가는 일이 있다면 다시 한국으로 와서 야구할 생각이다"고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많은 키움 팬들은 푸이그와 함께 했던 '윈-윈' 동행을 이어가고 싶을 터. 홍원기 감독까지 KS 준우승으로 3년의 재계약을 맺은 지금, 키움의 오프시즌 핵심 포인트는 푸이그로 건너가게 됐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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