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 교육과정, '자유민주주의' 명시되고 '성소수자' 빠졌다(종합)
헌법에 근거 '민주주의' 앞에 '자유' 명시
“성소수자 삭제, 청소년 정체성 우려 때문”
교총 “바람직”vs 전교조 “과거 퇴행” 양분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교육부가 7년 만에 초·중등 교육과정의 전면 개정에 나섰다. 교육과정은 국가적 교육목표 달성을 위해 큰 틀에서 교육내용을 규정한 것으로 교육과정이 바뀌면 교과서·수업방향·입시제도 등이 달라진다. 이번 2022 교육과정 개정안은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 디지털 교육 강화를 목적으로 마련됐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의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로 수정됐으며 ‘성 소수자’란 용어는 삭제됐다. 교육부는 행정예고기간인 오는 29일까지 여론수렴 후 국가교육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번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새 교육과정은 오는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2027년에는 전 학년에 적용된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 역사 교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자유민주주의’와 ‘남침’을 명시한 점이다. 교육부는 고교 한국사 중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 표현하는 성취기준에서 기존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이라고 표현한 것에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을 추가했다. 중학교 역사 과목에서도 ‘사회 전반의 민주적 변화와 과제’를 ‘사회 전반에 걸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정착 과정과 과제’로 바꿨다.
민주주의란 표현 앞에 ‘자유’를 추가하는 문제는 그간 교육계에서 논란이 돼 왔다. 진보교육계는 자유민주주의보다는 ‘민주주의’란 표현이 좀 더 중립적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보수교육계는 이런 주장이 ‘인민 민주주의’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헌행 헌법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명시된 만큼 자유란 표현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의견수렴에서 ‘자유’를 반영해달라는 요구가 많았고 헌법에도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이 있다는 점을 이번 행정예고안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교육부가 공개한 시안에서 빠졌던 ‘남침’도 추가됐다. 중·고등학생들이 배우게 될 역사·한국사 교육과정 중 6.25 전쟁을 다룬 부분에서 ‘북한군의 남침으로 시작된’이 삭제됐다가 이번 행정예고안에서 포함된 것이다. 6.25 전쟁에 대해선 과거에도 한국군과 미군이 북한의 남침을 유도했다는 설이 있었지만, 1990년대에 러시아의 기밀문서가 공개되면서 북한의 남침은 역사적 사실로 확인됐다. 북한이 6.25 전쟁 전 소련에 지원을 요청하고 소련은 중국과 전쟁 지원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내용이 해당 문서에 담겼기 때문이다.
이번 교육과정에서 ‘성 소수자’ 용어는 삭제됐다. 고등학교 통합사회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예시에 포함됐던 ‘성 소수자’란 표현은 ‘성별·연령·인종·국적·장애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수정됐다. 도덕 교육과정에서도 ‘성 평등’ 용어를 ‘성에 대한 편견’으로 바꿨다. 교육부는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 성 정체성의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국민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성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청소년기에 성 소수자가 사회적 소수자의 예시로 들어갔을 경우 청소년이 느낄 정체성 혼란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교원단체들은 이번 행정예고안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긍정평가했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과거 퇴행”이라며 반발했다. 교총은 “논란이 일었던 표현 등에 있어서 국민과 교육계의 우려·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환영했다. 반면 전교조는 “보수세력의 입김만 반영한 교육과정의 퇴행”이라며 반발했다.
한편 디지털 교육 강화를 위한 정보교육 시수는 지금보다 두 배 늘어난다. 현재 정보교육은 초등학교의 경우 17시간, 중학교는 34시간 편성·운영할 수 있다. 개정안은 초등 5~6학년에서 34시간 이상을, 중학교에선 68시간 이상을 정보교육으로 편성·운영토록 했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의 행정예고기간은 이날부터 오는 29일까지 20일간이며, 교육부는 의견수렴을 거친 개정안을 국가교육위원회로 넘겨 심의·의결을 받게 된다. 국교위의 심의·의결이 끝나면 교육부장관이 올해 말 최종안을 고시할 방침이다.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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