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짊어진 롯데케미칼, 투자 '스텝' 꼬일라
롯데건설 증자도 876억 투입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조달 불확실성"
롯데의 '건설 구하기 작전' 규모가 커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에 이어 이 회사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도 롯데건설에 돈을 빌려주기로 했다. 그룹의 롯데건설에 대한 지원은 △증자 2000억원 △대여 8000억원 등 총 1조원에 이른다.
지원 금액을 보면 롯데건설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이 앞장서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이 하나의 재무제표로 연결되는 관계인 점을 감안하면, 대여금 전액을 롯데케미칼이 부담하는 셈이다. 증자금도 그룹 중에서 가장 많은 876억원을 롯데케미칼이 분담했다. 증권가에선 롯데케미칼이 추진중인 인수합병(M&A)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커지는 롯데건설 '구멍'
9일 롯데정밀화학은 롯데건설에 3000억원의 운영자금을 빌려줬다. 대여기간은 내년 2월8일까지로, 3개월 뒤에 전액 상환하는 조건이다. 이자율은 7.65%다.
지난 9월 기준 롯데정밀화학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976억원이다. 현금을 죄다 모아 계열사에 빌려준 셈이다. 지난 3월 4519억원, 6월 4407억원, 9월 2976억원 등으로 롯데정밀화학의 현금은 올 들어 쪼그라들고 있다. 이 가운데 계열사 현금 대여까지 나서야 하는 셈이다.
롯데정밀화학의 작년 캐팩스(CAPEX, 미래 이윤을 위해 쓰는 비용)는 1195억원, 올해는 1479억원이 예상된다. 한해 캐팩스 규모의 2배가 넘는 금액을 롯데건설에 빌려준 것이다.
롯데그룹의 롯데건설에 대한 자금 대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0일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빌려줬다. 내년 1월18일 만기까지 전액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이자율은 6.39%다.
롯데케미칼은 작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롯데정밀화학 지분 12.37%를 추가로 사들였다. 보유지분이 기존 31%에서 43%로 늘어나면서, 롯데케미칼은 롯데정밀화학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두 회사를 하나로 묶는 '연결기준 회계'가 적용된 것이다. 연결 기준 재무제표로 보면 롯데케미칼이 총 8000억원을 롯데건설에 빌려준 것이 된다.
자본 투자를 통한 지원에도 나섰다. 지난달 18일 롯데건설이 추진한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서다. 롯데건설 보유 지분은 롯데케미칼 43.79%, 롯데호텔 43.07%, 롯데알미늄 9.95%, 롯데홀딩스 1.67%, 신동빈 회장0.59% 등으로 보유 지분율에 따라 증자에 참여했다. 투자금은 롯데케미칼 876억원, 호텔롯데 861억원 등이다.
"롯데케미칼, 5개월 내 1.7조 차입 불확실"
롯데건설에 대한 지원은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이 책임을 지는 분위기다. 연결 기준으로 보면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에 자금 대여 8000억원, 증자 대금 876억원을 투입했다. 자금 대여는 자본 투자와 달리 지원 부담이 덜하다. 만기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대여 기간 동안 이자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만기 때 롯데건설이 돈을 갚을 수 있을지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업계의 외부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가운데 건설 경기 마저 얼어붙으면서 내년 건설 시황도 안갯속에 있다.
롯데케미칼의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 3분기 롯데케미칼의 영업손실은 4239억원으로 시장의 기대치(-1100억원)를 크게 밑 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최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김연섭 ESG경영본부장(전무)이 "최악의 시점은 통과한 듯 하지만 연말까진 어려운 경영환경"이라고 말할 정도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자금 2조7000억원, 인도네시아에 초대형 석유화학단지인 '라인 프로젝트' 투자금 39억달러(5조3976억원) 등에 대한 투자자금도 조달해야하는 상황이다.
9일 삼성증권은 롯데케미칼에 대해 자금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는 "롯데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5876억원을 지출했고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자금은 내부자금 1조원과 외부차입 1조7000억원으로 조달할 계획"이라며 "최근 자금조달 시장의 경색을 감안할때, 5개월 내 1조7000억원의 차입 가능할지 다소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부채비율이 50%대로 안정적이고, 향후 추가 자금조달 이후에도 부채비율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강종원 CFO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라인 프로젝트 투자를 실현하더라도 부채비율은 70%대를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