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NLL남쪽 도발때 쏜 미사일 건져보니...60년전 소련제 ‘구닥다리’였다

軍, 동해서 수거한 北미사일 잔해물 공개
옛 소련서 60년 전 생산된 방어용 SA-5

北, 2일 휴전 후 첫 NLL 남쪽 도발때
공격용 탄도미사일처럼 변칙 발사
軍 “계획적 의도된 도발이 분명”

군 당국이 9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공개한 북한 SA-5 미사일 잔해물.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지난 2일 휴전 이후 첫 북방한계선(NLL) 이남 미사일 도발에 동원했던 전력은 구형 지대공미사일 ‘SA-5’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9일 군 당국은 동해상에서 건져 올린 북측 미사일 잔해물을 공개하며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앞서 군은 해군 구조함인 광양함을 투입해 지난 6일 동해상에서 무인 수중탐색기로 북측 미사일 잔해물 추정 물체를 인양한 뒤 정밀 분석을 진행했다.

이날 군 당국이 언론에 공개한 미사일 잔해물은 길이가 약 3m, 폭은 약 2m에 이르는 미사일 후방 동체와 4개의 주날개 중 일부였다. 잔해물 내부에서는 액체 연료통과 엔진, 노즐 일부가 식별됐다. 잔해물에는 러시아어로 표기된 부분도 여러 곳 있었다. 다만 이 미사일의 구체적인 미사일 생산 시점과 북한의 도입 시기 등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군은 지난 2일 당시 북한이 울릉도 방향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으로 추정했다. 군 당국이 이후 내놓은 발사 제원은 비행 거리가 약 190km, 최대고도는 약 100km에 달하는 탄도미사일 궤적을 보였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북측이 방어용 요격미사일을 공격용 탄도미사일처럼 발사하는 변칙 도발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군 당국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공개한 북한 SA-5 미사일 잔해물에서 러시아어 문자가 포함된 일련번호가 식별됐다. [사진공동취재단]

군은 잔해물의 형상과 특징을 분석해 해당 미사일을 SA-5(러시아명 S-200) 미사일로 특정했다. 1960년대 옛 소련이 개발한 SA-5는 현재 북한과 시리아, 이란 등 최소 12개국에서 운용 중인 중고도 지대공미사일이다. 요격 가능 고도는 40km 정도로 알려졌다.

SA-5는 상황에 따라 이번 북측 사례처럼 지대지미사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최근 러시아도 (SA-5와) 유사한 지대공미사일을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지대지미사일로 사용한 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 미사일을 분명하게 남쪽을 겨눠 의도적으로 NLL을 넘긴 것으로 평가했다. 비행 도중 방향을 크게 꺾을 수 없는 탄도미사일 특성을 감안하면 당시 발사는 명확한 대남 도발행동이라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번 북한의 SA-5 미사일 발사는 계획적으로 의도된 도발이 분명하다”면서 “군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한미동맹의 압도적 능력으로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당시 도발에 고체연료를 쓰는 KN 23·24·25 등이 아니라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구형 SA-5를 동원한 의도를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일단은 북한이 대남 위협 효과를 챙기면서도 한국군이 잔해물을 인양해 미사일 전력이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닥다리‘ 미사일을 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최근 유례 없이 빈번한 미사일 도발을 강행한 북한이 한정된 미사일 전력을 아끼기 위해 구형 미사일을 쐈을 개연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