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대북정책’ 나비효과는…北 7차 핵실험 시점 ‘의견 분분’ [외교가중계]

김선영 2022. 11. 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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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를 뽑는 ‘11·8 중간선거’ 결과가 북한의 전례없는 도발로 격랑에 휩싸인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관심이 모아진다. 더불어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로 점쳐지던 10월 말∼11월 초에 북한이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중간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7일(현지시간) 미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한 여성이 투표용지를 선관위 공식 투표함에 넣고 있다. 메사=AP뉴시스
◆미국 중간선거,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 전망 우세

9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 입법부 지형을 결정할 중간선거 개표가 8일(현지시간)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공화당이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앞서고, 상원은 팽팽한 접전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선거가 당장 미국의 외교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그 결과에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번 선거 결과는 예산을 좌우하는 의회 구성이나 2024년 미국 대선에 유의미하게 작용해 향후 미국의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당장 한반도 정세나 대북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큰 틀에서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교수는 “대북정책 변화라는 것은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말하는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이 바뀔 것이냐의 여부인데 이것이 바뀔 가능성이 커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백순 전 주호주 대사는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백악관이 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당이 이기든 북한문제에 대해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가지고 협상하지는 못한다”며 “중간선거 결과로 인해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4년 대선을 겨냥해 외교·안보 분야의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대화·협상에 나서는 등 전향적인 대북정책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2년 뒤 대선을 위해 중국과 북한을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을지를 고민할 것“이라며 “외교적 성과를 남겨야 하기 때문에 북한과 전략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적잖다”고 관측했다. 이 전 대사도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에서 결과가 좋지 않다면 대북정책으로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며 “특히 대선을 2년 앞두고 외교·안보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북한과 진지하게 대화를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北 7차 핵실험 시기는 다시 ‘오리무중’

이날까지 북한이 핵실험에 나설 것으로 판단할 만한 동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앞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의 7차 핵실험과 관련해 “언제든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아주 임박했을 때 보이는 구체적인 징후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정보기관과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10월22일) 이후부터 미국 중간선거일인 8일(미국 현지시간) 사이를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가장 큰 시점으로 관측해왔다. 이른바 ‘혈맹’인 중국의 잔치가 끝난 이후라 심적 부담을 덜 수 있고, 미국의 중간선거 전 핵실험에 나설 경우에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부각하면서 미국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예측은 엇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추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내외적으로 핵실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인지를 두고 ‘설’이 분분하다. 우선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르면 14일 대선 출마선언을 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트럼프의 출마 선언 전에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동남아시아를 순방하는 이달 중순이 북한의 핵실험 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12~13일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15~1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할 예정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국제사회에 충격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최적의 시점인 셈이다.

다만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G20 정상회의에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중 정상 간 첫 대면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핵실험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중간선거가 끝난 시점에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을 촉발해 역효과를 낼 수 있는 핵실험 카드를 굳이 꺼낼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을 주목한다. 북한은 2017년 11월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한 뒤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바 있다. 북한은 통상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 기념일에 맞춰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하기 때문에 올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핵무력을 대내외에 과시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올해를 넘겨 내년 이후에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에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평가하고 전망하는 데 상당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내년 초로 넘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기술적 수요만 가지고 올해 안에 핵실험에 나서는 것은 김 위원장의 계산법에 맞지 않다”며 “정치적 실익이 가장 컸던 중국의 당대회와 미국의 중간선거 기간에 핵실험을 하지 않은 만큼 올해는 건너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박원곤 교수는 “북한은 한·미 등이 특정한 날짜에 핵실험을 할 경우에는 자신들의 ‘카드가 다 보여졌다’고 느낄 수 있고, 도발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날짜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날짜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올해를 넘기지 않는 멀지 않은 시점에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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