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통과, 문의 빗발"…거래는 '글쎄'

송재민 2022. 11. 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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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매도 문의 늘어"…'한양·삼부'도 화색
"대출규제·실거주 요건에 매수 어려워"

"신속통합기획안이 통과돼서 너무 기쁘죠. 아파트 벽에 균열이 생기기도 하고 화장실과 보일러실 천장에서 자꾸 물이 떨어져서 불안했거든요. 여기 살면서 안전이 가장 걱정이었습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 A씨(47·여)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에서 만난 주민들은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사업이 물꼬를 트면서 기대감을 내비쳤다. 서울시에서 이날 시범아파트에 대한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하면서다. 

시범아파트 전경. /사진=송재민 기자 makmin@

50살 시범아파트 주민 '반색'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최고 13층, 24개동 1584가구 규모다. 1971년 준공돼 입주 50년이 넘었다. 재건축 기준 연한인 30년도 넘긴 지 오래다. 

시범아파트는 지난 2017년 재건축 사업이 확정돼 신탁사업자를 선정했다. 하지만 2018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재건축 일정이 미뤄졌다. 

시범아파트 주민들은 기다려왔던 재건축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시범아파트 주민 B씨는 아파트 벽을 가리키며 "최근에 도색을 다시 한 거로 알고 있는데, 원래는 아파트 벽 곳곳에 다 금이 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서둘러서 이주도 시작하고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신속통합기획안 확정 소식에 인근 중개업소에도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시범아파트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아침부터 휴대전화가 계속 울리는 등 매수·매도 문의가 꽤 있다"며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기 전 매물을 팔거나 사려는 사람들이 서두르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양도가 불가능하다. 다만 조합설립인가일부터 3년 이상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없는 재건축사업 건축물을 3년 이상 소유하고 있는 경우 사업시행계획인가 전까지 양도할 수 있다.

시범아파트가 신탁사업자를 선정한 지난 2017년부터 아파트 양도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후 재건축 사업이 3년 이상 지연되면서 2020년부터 양도가 가능해진 셈이다. 다만 사업시행계획이 인가되면 다시 매매가 제한된다. 

인근 한양·삼부아파트도 재건축 기대감 한껏

서울시에서 시범아파트 신속통합계획안을 통과시키면서 인근 노후 단지들의 재건축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시범아파트와 함께 신속통합계획에 선정된 여의도 한양아파트와 삼부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에서도 반색을 표했다. 

한양아파트는 특히 시범아파트 다음으로 재건축 진행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한양아파트 신속통합기획안에 대한 서울시의 최종 합의가 남아있다"며 "승인이 나면 이번달 내 주민설명회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양아파트 전경 /사진=송재민 기자 makmin@

시범아파트의 경우 서울시 측에서는 지난 9월5일 주민 설명회를 통해 신속통합기획안 통과 소식을 알렸다. 이후 약 2달이 지난 11월6일 신속통합기획안 통과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한양아파트 추진위의 계획대로라면 내년 1월 신속통합기획안 통과 발표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부아파트는 지난해 신속통합기획 신청이 보류됐지만 서울시의 재검토 끝에 최종 선정됐다. 삼부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시범아파트 신속통합기획안 통과로 여의도 재건축 방향이 가시적으로 드러났다"며 "첫 여의도 재건축 단지로서의 상징성은 물론, 인근 단지에 기부채납 규모 등에 대해 시그널을 준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신속통합기획과 관계자는 "시범아파트 신속통합기획안을 통해 문화공원과 도로, 임대아파트 등을 기부채납하는 것으로 확정했다"며 "아파트 몇 채를 기부할 것인지 등 정확한 수치는 정비계획안을 통해 결정된다"고 밝혔다.▲관련기사: [집잇슈]'63빌딩보다 높게' 재건축…초고층의 시대가 온다?(11월9일)

삼부아파트는 신속통합기획안을 작성 중인 상태다. 삼부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시범, 한양아파트의 경우를 볼 때 기획안을 작성하는 데 2~3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실거래로 이어질지 미지수…"규제 완화 지연 발목" 

신속통합기획안 통과 소식이 거래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매수자에 대한 대출 규제와 실거주 요건 등을 충족하기 쉽지 않아서다. 

시범아파트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아직 풀리지 않아, 매입 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여의도 아파트지구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속해,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서 최소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게다가 그는 "2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매수자가 굳이 50년 이상 된 아파트에서 실거주할 필요가 있겠느냐"고도 꼬집었다. 

시범아파트 전경. /사진=송재민 기자 makmin@

실제 매도자도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시범아파트 인근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시범아파트 주민들은 대출 없이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분들"이라며 "이분들이 재건축 호재가 나온 지금 상대적으로 하락한 가격에 아파트를 팔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속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분들이 간헐적으로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여의도 아파트 가격도 떨어졌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시범아파트 호가는 전용 79㎡가 17억~17억5000만원, 전용 118㎡가 20억~21억원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용 79㎡는 지난해 10월 20억1000만원에, 전용 118㎡가 지난해 6월 24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속통합기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서울 주요 지역의 스카이라인과 도시경관 변화를 기대할만 하다"면서도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안전진단 등 남은 과제가 많아 향후 진행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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