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다 낫네"…증권사, 고금리 발행어음으로 고객 유혹

고정삼 2022. 11. 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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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발행어음 특판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행어음 상품 자체가 기본적으로 만기가 짧지만, 증권사들의 유동성 공급 측면에서 유의적 역할을 한다"면서 "은행들의 예·적금에 적용되는 금리와 발행어음에서 제시하는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발행어음이 수익률 측면에서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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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유동성 공급에 유의적 역할…은행 예·적금 못지 않은 경쟁력"

[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증권사들이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발행어음 특판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증시 침체 장기화로 투자 자금이 은행권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해 증권사들이 특판 상품을 내놓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향후 증권사들의 고금리 상품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6개월물과 1년물 발행어음 금리는 각각 4.8~4.9%, 5~5.10%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아이뉴스24 DB]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세전 연 6% 수익률의 1년물 발행어음 특판 상품을 출시했다. KB증권의 기존 1년물 발행어음 약정수익률(연 5.0%)과 비교하면 1.0%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판매 대상은 KB증권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 전용 애플리케이션 '마블링' 가입 고객으로, 한도는 1인당 최대 1천만원이다. 전체 2천억원의 한도가 소진될 경우 판매가 종료된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이다.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큼,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증권사만 판매할 수 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KB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등 총 4곳에서 해당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발행어음 상품 경쟁력 강화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14일 개인 고객(신규자금)을 대상으로 연 수익률 5.2%의 6개월물 발행어음 특판 상품을 출시했다. 이는 기존 1년물 발행어음(5.10%)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또한 지난 8월 토스뱅크와 제휴해 연 4.5% 수익률의 발행어음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해당 상품은 4일 만에 한도 2천억원이 전량 소진될 만큼 투자자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따라 이 상품 금리도 1년물의 경우 4.5%에서 5.3%, 6개월물은 4.2%에서 5%로 올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올 상반기 기준 발행어음 잔고는 10조3천683억원이다. 2017년 11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아 제일 먼저 시장에 진출한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이어 KB증권(5조9천366억원), NH투자증권(3조7천231억원), 미래에셋증권(3조3천527억원)이 뒤를 잇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발행어음 금리 매력도 덩달아 높아졌다. 최근 블랙홀처럼 증시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에도 뒤지지 않는 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9일 기준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만기 1년 기준 5.46%인데, 증권사들의 6개월물과 1년물 발행어음 금리는 각각 4.8~4.9%, 5~5.10%를 나타내고 있다.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특판 경쟁도 보다 치열해질 가능성이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8%대의 고물가를 잡기 위해 6·7·9월에 이어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미국 기준금리는 연 3.75~4%로 높아졌고, 한미 간 1%포인트의 금리 차이가 나게 됐다. 한은은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오는 24일 예정된 금통위에서 금리를 재차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행어음 상품 자체가 기본적으로 만기가 짧지만, 증권사들의 유동성 공급 측면에서 유의적 역할을 한다"면서 "은행들의 예·적금에 적용되는 금리와 발행어음에서 제시하는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발행어음이 수익률 측면에서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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