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우승 또 하나의 장면, 목발 짚은 ‘울보 캡틴’ 한유섬

노도현 기자 2022. 11. 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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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한유섬이 지난 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시상식에서 목발을 짚은 채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한유섬 어디 있어?”

지난 8일 밤 인천 SSG랜더스필드 홈팀 더그아웃. SSG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에 취한 가운데 주장 한유섬을 찾기 시작했다. 이날 한유섬은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 3회말 주루 도중 햄스트링을 다쳐 들것에 실려나가 우승 확정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SSG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한참동안 뜨거운 포옹을 나눈 뒤 우승 기념 티셔츠를 입고 단상에 나란히 섰다. 이때 한유섬이 목발을 짚고 등장했다. 팬들은 한유섬의 이름을 연호했고, 정용진 구단주는 그를 꽉 안았다. ‘우승 주장’이 된 한유섬은 눈물을 왈칵 쏟았다.

지난 겨울 5년 총액 60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맺고 주장 완장까지 찼다. 정규시즌 135경기에서 타율 0.264 21홈런 OPS 0.850를 기록했다. 타격 기복이 있었지만 중요한 순간 한 방을 터뜨리며 100타점을 올렸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선 방망이가 신통치 않았다. 6경기에 모두 4번타자로 출전해 타율 0.158(19타수 3안타)에 그쳤다.

SSG 한유섬이 지난 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시상식에서 목발을 짚은 채 동료와 포옹하며 미소짓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마지막 6차전에선 모든 힘을 쏟았다. 한유섬은 0-2로 뒤진 3회초 이정후의 파울타구를 끝까지 쫓아 기막힌 캐치로 아웃카운트 하나를 만들었다. 3회말 공격 때 2사 2·3루에서 땅볼을 친 뒤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시도했다. 상대 1루수 전병우의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2·3루주자가 홈을 밟아 동점이 됐다. 이후 한유섬은 후안 라가레스 타석 때 유격수 김휘집의 실책을 틈타 2루를 거쳐 3루까지 갔다. 다리를 절뚝이면서 3루에 도달한 한유섬은 그라운드에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한유섬의 투혼을 밑거름삼아 SSG는 최정상에 올랐다.

이날 한유섬은 기쁨과 안도감, 회한이 뒤섞인 눈물을 흘렸다. 이 모습을 본 김원형 SSG 감독은 “덩치 큰 아이들이 여리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주장으로서 많이 힘들었을텐데 내색 하나 없이 묵묵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최고참 추신수도 “여기까지 팀을 잘 이끌어준 유섬이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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