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카메라 프로세서와 AI 반도체

권동준 2022. 11. 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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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승 네오와인 대표

1992년 신입사원으로 가전제품 공장이 있는 매탄동 삼성전자 연구소에 입사했다. 당시에는 가정용 캠코더 크기가 왠만한 방송국 카메라 수준이었다.

카메라가 그렇게 큰 이유는 VCR 레코더와 CCD 신호처리 방식 때문이었다. 이 신호처리 방식을 디지털 하나의 칩으로 만들겠다는 과제 기획을 했고 당시에 영상신호 처리 반도체를 개발했다. 지금은 인텔과 AMD로 인수합병(M&A)된 알테라나 자이링스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로 무려 30년 전에 디지털카메라와 VCR을 만들고 있었다. 그 회사에서는 마츠시다에서 VHS 16mm 테이프를 일본이 6mm로 갈 때 4mm 포맷을 선점해 캠코더를 만들겠다고 연구개발(R&D)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같은 플레시 메모리에 저장하면 되는데 말이다.

열심히 개발해서 세계 최초로 HDTV용 디지털 카메라 신호처리도 하고 이후 반도체 프로세서도 만들었다. 바로 옆팀 연구실에서는 1992년 당시 첨단 기술이었던 MPEG, JPEG 프로세스를 FPGA로 만들었다.

이후 관련된 연구원과 엔지니어가 금융위기(IMF)를 맞아 줄 퇴사를 하고 지금은 재야에 묻혀 있기도 했다. 필자처럼 반도체 회사를 경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1990년대 초부터 1999년 IMF전 까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때 영상 신호 처리로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던 엔지니어들은 국내에서 반도체 개발을 하다가 자금난으로 중국으로 가게 됐다.

2000년 초부터 우리나라 셋탑박스와 카메라 프로세서 DVR 기술이 중국으로 들어가 중국 감시용 카메라와 TV, 셋탑박스 영상신호 처리기술의 근간이 됐다.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서 만든 IP카메라 프로세서는 중간에 연구비가 부족해 한국에서 디지털 신호처리 기초를 쌓아 중국에 넘겨준 꼴이 되었다.

1999년부터 IMF로 알짜 기술들이 중국으로 넘어가 하이비젼과 다화 등 회사가 전세계 감시용 카메라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상황이 됐다. 감시용 카메라 시장은 2030년까지 160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학과 경영 세계에서는 세계 최초로 뭔가 만들고 개발하는 것에 많은 의미를 두지 않는다. 결국은 그 기술로 판매되는 제품을 만들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가 훨씬 중요한 것이다.

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미국, 일본, 대만, 한국이 참여하는 칩4나 팹4가 일반인들 사이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 그동안 앞서나가던 D램, 낸드 메모리가 한국 회사의 선전으로 70%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지만 현재 거센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다. 다행히 미국 견제로 중국산 낸드 플래시가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 난국은 막을 수 있게 됐지만 상황이 언제 뒤집힐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영토, 자원, 자본, 관광, 인적자본 모두가 부족하다. 그나마 우수한 사람이라도 있었는데 100만명 낳던 나라가 25만명 출산으로 4분의 1로 줄게 되었으며 출산율 0.7도 깨질 수 있다. 이런 낮은 출산율이 부동산, 소비, 제조, 영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난국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방법이 있나.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필자가 30년간 일해온 팹리스 업계에서는 한국경제에 돌파구를 만들어줄 아이디어가 있다.

2016년 3월 알파고가 우리나라 산업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고 앞으로도 엄청날 것이다. 딥러닝 기법 발전으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해서 생활 속으로 들어오게 됐다.

중국에 내준 감시카메라 기술과 시장을 AI 반도체 기술을 접목한 감시카메라 시장으로 되찾아 와야 한다. 인공지능 감시 카메라를 중국 서버에서 운영해서 우리집 가정의 침대와 용산, 국방부 공공시설과 국민의 삶이 손바닥 보듯 중국 공안에 공유될 수도 있다. 이 상황은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기술과 신용으로 신뢰할 수 있는 우리나라 같은 나라가 감시용 카메라 시장을 열어가면 전 세계 감시용 시장을 다시 찾아올 수 있다. 게다가 중국 팹리스는 14나노 미만의 미세공정이 꼭 필요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삼성이나 TSMC에서 제작할 수 없게 됐다.

많은 학습 데이터를 단시간에 처리하는 방식이 AI 반도체다. 이것을 서버에서 처리하는 기술이 딥러닝이고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딥러닝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인 CUDA로 업계를 평정했다. 세상의 많은 장비에 인공지능이 탑재되면서 모든 신호처리를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서버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5세대 통신(5G)나 6G가 나와도 수십억 개의 카메라에서 나오는 영상신호를 서버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센서 현장에서 바로 인지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을 에지 컴퓨팅 이라고 한다.

일반 감시용 카메라 가격이 10만원이면 AI 기능이 들어간 감시용 카메라는 100만원이다. 내부 구조를 보면 일반 카메라나 AI 카메라는 거의 비슷하다. AI 반도체 신호처리 부분에 AI와 그 AI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알고리듬과 신호처리가 있는가의 기구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차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5000달러에서 10만불을 가야 한다. 또 취업난 해결과 낮은 출산율, 산업 고도화를 하려면 AI 반도체 개발이 필수적이다.

한국팹리스산업협회는 111개의 팹리서 회사가 모여있다. 우리나라 팹리스가 130개라지만 반도체 부문에 200조원를 투자한 중국 2800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사실 팹리스는 제조업 보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가깝다. 오죽하면 세계 최고 반도체 시가총액인 엔비디아 CEO가 엔비디아는 반도체 회사가 아니고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하겠나.

팹리스 시제품 개발은 '개발'의 '개'도 시작하지 않은 것이다. 적어도 10번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눅진하게 자본과 인력을 쏟아부어야 양산에 이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95% 정도의 개발비를 절감하는 멀티프로젝트칩(MPC) 방식을 적용한 반도체 개발은 의미가 깊다. MPC는 시제품 개발로 테스트런만 가능한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에 비해 중규모 양산이 가능한 구조다. 여러 회사가 공동으로 개발할 경우 개발비의 95% 가 절감된다.

우리나라에는 AI 반도체용 NPU 반도체를 개발하고 카메라 프로세서를 만드는 회사가 몇개 있다. 그런데 그 회사인력을 다 합쳐도 심지어 가장 많다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개발인력까지 다 합쳐도 미국 엔비디아 연구원 수를 따라갈 수 없다.

이 부족한 리소스 문제를 해결 하려면 장기간 열심히 힘을 합쳐 MPC같은 방식을 구사해 AI 반도체를 만들고 개발비를 절감하고 협조해야 한다. 중국산 로봇이 식당 서비스를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참담하다. 외부 껍데기와 글자가 한글이어도 정작 내부 AI 반도체가 중국산이면 다 중국산이다. 시간이 얼마 없다. 선진국 초입에서 중진국으로 뒷걸음 칠지 초격차를 갖는 선진국이 될지 시간이 많지 않다.

AI 산업은 2030년 250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나라 전체 국내총생산(GDP)은 2000조원 수준이다. 이 시장을 놓치는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이만큼 이끌어온 선배들에게 부끄러운 일이고 앞으로 최첨단 선진국을 이끌어 나가야 할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이효승 한국팹리스산업협회 부운영위원장(네오와인 대표) godinus@neow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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