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에 맞선 문학적 저항… 올해 대산문학상에 나희덕·한강

임인택 2022. 11. 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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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의 문학상으로 꼽히는 대산문학상의 올해 수상작으로 나희덕의 시집 <가능주의자> 와 한강의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 가 시, 소설 부문에서 각기 선정됐다.

평론 부문에선 한기욱 인제대 교수의 평론집 <문학의 열린 길> , 번역 부문에선 한국화 번역가가 프랑스 작가 사미 랑제라에르가 함께 작업한 가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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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달 심사·총상금 2억원 최대 문학상
30회 대산문학상 시·소설 부문별 선정
평론 한기욱 교수, 번역은 한국화 작가에
왼쪽부터 나희덕 시인, 한강 작가, 한기욱 교수. 대산문화재단 제공

국내 최대 규모의 문학상으로 꼽히는 대산문학상의 올해 수상작으로 나희덕의 시집 <가능주의자>와 한강의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 소설 부문에서 각기 선정됐다. 평론 부문에선 한기욱 인제대 교수의 평론집 <문학의 열린 길>, 번역 부문에선 한국화 번역가가 프랑스 작가 사미 랑제라에르가 함께 작업한 가 뽑혔다.

9일 대산문화재단은 지난해 8월부터 올 7월까지의 단행본 문학작품(평론은 2년, 번역은 4년치) 모두를 대상으로 넉달가량 심사해 제30회 대산문학상의 수상자 및 작품을 이와 같이 발표했다. 총상금은 2억원이다.

심사위원들은 <가능주의자>가 “따스한 공감과 서늘한 인식 사이에 개재하는 갈등을 생동감 있게 언어화한 명편”으로 “반딧불이처럼 깜빡이며 가닿아도 좋을 빛과 어둠에 대해, 현실 너머를 사유하는 결연한 목소리로 나희덕식 사랑법을 들려준 점”, <작별하지 않는다>가 “과거의 역사적 시간과 그것을 문자화하는 작가, 그리고 미래의 독자가 한몸이 되어 그 순간의 아픔에 동참하며 그 시간을 현재화하는 작품”으로 “광주와 제주 4·3을 잇고 뒤섞으며 지금 이곳의 삶에 내재하는 그 선혈의 시간을 온몸으로 애도하고 ‘작별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점”을 각각 선정 사유로 밝혔다.

<문학의 열린 길>은 “동시대 문학공간과 문제적 문학에 대한 치열한 비평적 대화를 끈질기게 추구한 점”, 경우 “원문에 얽매이기보다 작가 특유의 울림과 정서가 외국 독자에게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여 문학성을 살린 점”이 돋을새김 됐다.

시 부문 최종 심사에선 송재학의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신용목의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신철규의 <심장보다 높이>, 이수명의 <도시가스>가 함께 경합했으나 심사위원들은 “지속과 변이 사이의 균형을 지키면서 스스로를 진화시켜온 나희덕 시의 결실”이라는 평과 함께 <가능주의자>를 뽑았다. 소설 부문에선 강화길의 <대불호텔의 유령>, 박상영의 <1차원이 되고 싶어>, 정찬의 <발 없는 새>가 “한국소설의 현재를 조망하는 최전선”으로서 손색없는 최종 심사 후보군을 이뤘다. 심사위원들은 <작별하지 않는다>를 낙점하며 “실험적인 주제를 문학적 장치를 통해 개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며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성과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두 수상작은 재단의 내년도 번역지원 공모를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되어 해외에 출판·소개될 예정이다.

30회 대산문학상 수상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 교보빌딩 라브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상 소감 등을 밝히고 있다. 대산문화재단 제공

이날 나희덕 시인은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재난의 나날 속에서, 폭력과 죽음이 넘쳐나는 현실 속에서, 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력감을 느낄 때도 많았다”면서도 “자연적 사회적 재난으로 살아갈 터전을 잃은 사람들과 생명체들을 보며 안타깝고 다급한 심정이 들 때마다, 그 곁으로 다가가 함께 있는 일이 시인의 역할이라 여겨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강 작가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여름에 꾸었던 꿈을 적어둔 첫 두 페이지에서 출발해 다섯 편의 소설들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펼쳐 써보다 접곤 했으니, 그 시도들의 기간까지 합하면 완성까지 꼭 7년이 걸린 셈”이라며 “어쩌면 이 소설이 저를 포기하지 않고 지켜준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모두 망각에 맞선 문학적 의지이자 저항인 셈이다. 시상식은 다음달 1일 오후 6시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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