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줄고, 기업대출은 증가···고금리에 정기예금 56조 급증

이윤주 기자 2022. 11. 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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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금리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성동훈 기자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6000억원 줄어 두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면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기업들이 은행으로 몰리면서 은행 기업대출은 10월 기준 역대 최대폭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예금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지난달 은행 정기예금에는 56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쏠렸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8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000억원 줄었다.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유지했고, 특히 매년 10월 기준으로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역대 처음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794조8000억원)은 한 달 사이 1조3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262조8000억원)이 1조9000억원 줄면서 전체 가계대출을 끌어내렸다. 기타대출은 10월 기준 첫 감소일 뿐 아니라 지난해 12월 이후 11개월째 내리막이다. 이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 대출도 지난달 2000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은행의 기업 대출은 10개월째 늘었다.

은행의 기업 원화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169조2000억원으로 한 달 새 13조7000억원 불었다. 증가폭은 10월 기준으로 2009년 6월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컸고, 올해 들어서도 가장 많은 규모였다. 대기업대출이 9조3000억원 늘어 10월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중소기업대출도 개인사업자 대출 1000억원을 포함해 4조4000억원 늘었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차장은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가 계속되는 가운데 회사채 시장 위축 영향으로 대기업이 은행 대출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중소기업대출도 운전자금 수요 지속, 부가가치세 납부 등 계절 요인으로 상당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회사채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발행이 부진한 탓에 3조2000억원 순상환됐다. 다만 기업어음(CP)·단기사채의 경우 9월 4000억원 순상환에서 지난달 3조1000억원 순발행으로 돌아섰다.

반면 고금리 혜택을 누리기 위해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52조1000억원으로 9월 말보다 6조8000억원 늘었다. 특히 정기예금이 56조2000억원이나 급증했는데, 2002년 1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황 차장은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기업의 자금 유입 등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시입출식예금에서는 44조2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정기예금 등 저축성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부가가치세 납부 등으로 기업·가계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운용사의 수신도 10월 한 달간 4조4000억원 늘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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