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단체 “일제침략만행 ‘조병창 병원’ 철거 안된다” 중단 촉구
국방부가 반환된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 토지오염정화를 위해 일제강점기 무기공장인 ‘일본육군조병창 병원건물 철거’에 나서자 인천지역시민단체가 철거 중단을 촉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와 민족문제연구소 인천지부, 문화유산정책연구소 등은 9일 부평구 캠프마켓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병창은 일제가 침략전쟁을 벌이면서 총과 탄환을 만들고, 전국에서 1만명 이상 강제동원한 역사적 현장이고, 흔적”이라며 “기습철거를 중단하고 반드시 존치해 일제의 만행을 알리는 표지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방부가 철거하려는 조병창 병원 건물은 벽돌로 지어 한번 헐어버리면 원형복원이나, 이축이 어렵고, 복원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며 “역사 문화적 유산은 원형이 훼손돼 일부만 남아 있더라도 그 남아있는 부분과 장소를 소중히 여기고 잘 보존해야만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유정복 인천시장은 캠프마켓에 대해 공론화를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며 “국방부에서는 인천시가 중단을 요구하면 철거를 중단할 수 있다는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문화재청은 애초 철거유예를 요청했다가 최근에는 조건부 철거에 합의하는 등 입장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문화재청이 철거 위기에 놓인 조병창 병원 건물에 대해 문화재 임시지정을 하면 철거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인천지역시민단체는 10일에는 국방부 앞에서 조병창 건물 기습철거 중단을 촉구할 예정이다. 부평미군기지 반환 인천시민회의도 철거 중단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조병창 병원 건물은 그동안 보존과 철거를 놓고 1년 넘도록 갈등을 빚었다.
문화재청은 조사를 벌여 2020년 11월 “캠프마켓 내 근대건축물인 조병창 병원은 반드시 보존해 향후 면밀한 조사 및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보존 권고했다.
조병창 병원은 일제 강점기인 1939년부터 1944년까지 조병창 노동자 병원으로 사용하다 해방 후 미군과 한국군 병원으로 활용했다. 나중엔 주한미군이 숙소와 클럽 등으로 사용했다. 1324㎡ 규모의 벽돌로 지어진 조병창 건물은 6·25전쟁 때 피폭돼 2층 건물 중 1층 건물만 남아 있다가 주한미군이 개축했다.
문화재청은 조병창 병원 건물이 훼손, 변형됐지만 ‘역사성 장소’에 의미를 두고 보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방부는 애초 지난해 6월 철거를 결정했지만, 문화재청이 역사가 가치가 있는 만큼 토양오염정화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건축물이 최대한 남겨질 수 있도록 철거 유예를 요청했다. 인천시가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도 구성해 보존과 철거를 논의했지만,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지난 9월 7일 인천시·문화재청·국방부 등 관계기관 실무협의에서 철거가 결정했다. 국방부는 토양환경보전법이 정한(최대 4년) 2023년까지 건물 원형을 보존하면서는 토지오염 완전 정화가 어려워 철거가 불가피하다며, 지난 8일부터 철거에 나선 것이다.
이곳은 석유계총탄화수소(TPH)로 오염됐다. 인천시 등은 철거하는 대신 건물 흔적은 남기고, 기록화한 아카이브 구축 등 역사적 의미가 지워지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건물 원형을 남기고는 내년 말까지 오염정화를 못하고 정화비용도 77억원에서 47억원이 추가돼 시간·재정적으로 불가피했다”며 “조병창 병원이 철거되더라도 건축물의 흔적과 벽체 등을 보존하고 정밀 기록화 작업을 통해 역사·문화적 가치가 최대한 남겨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은 80년만인 2019년 60만4938㎡ 부지 전체를 반환받아 토지정화작업이 끝난 야구장과 농구장 등 3만2800㎡ 은 시민에 개방됐다. 나머지는 토지정화작업이 끝나면 문화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곳에는 아직까지 103개 건축물이 남아 있으며,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근대건축물은 30개이다. 존치가 결정된 건물은 조병창 공장과 병원, 미군 사무실, 사병급 독신자 주택 등 4개이며, 이번에 철거가 결정된 병원 등 4개는 철거된다. 내년 초에 반환받을 22개는 인천시와 국방부, 문화재청이 협의해 보존·철거 여부를 결정한 계획이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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