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짚어도 우승 잡는다...작년 이어 올해 한국시리즈에도 ‘감동의 목발’

박강현 기자 2022. 11. 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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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상 투혼’ SSG 한유섬
작년엔 KT 박경수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시리즈 가장 마지막 순간엔 부상 투혼의 징표인 ‘목발’이 있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목발을 짚은 SSG 한유섬(왼쪽)과 KT 박경수. /뉴시스·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SSG는 8일 인천 홈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키움에 4대3으로 역전승하고 4승2패로 7전4선승제 시리즈를 끝냈다. SK를 인수해 창단한 지 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SSG는 개막전을 시작으로 정규시즌 내내 1위를 놓치지 않는 프로야구 40년 역사상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둔 데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마저 거머쥐며 통합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날 SSG의 주장 한유섬(33)은 울고 또 웃었다. 한유섬은 이날 경기 3회말 도중 3루까지 주루한 뒤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의료진들이 뛰어 나왔고, 한유섬은 결국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채 들것과 응급차에 실려 이송됐다. 이로 인해 한유섬 대신 김강민이 일찍이 교체 투입됐다.

SSG 한유섬이 8일 인천에서 열린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 도중 응급차에 실려 나가고 있다. /뉴시스

경기 후 선수들이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 티셔츠를 입고 환호하며 시상식을 기다리고 있을 때 관중석에서 일제히 “한유섬”을 외치기 시작했다.

뒤늦게 도착한 한유섬은 양쪽에 목발을 짚고 선수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김원형 SSG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은 모두 박수와 미소로 부상 투혼을 벌인 주장을 맞았다.

정용진 구단주(왼쪽에서 두 번째)가 8일 SSG의 한국시리즈 우승 시상식 도중 주장 한유섬을 안아주고 있다. 김원형 SSG 감독(맨 왼쪽)이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정용진 구단주는 한유섬에게 다가가 우승 메달을 목에 걸어주고 그를 안아줬다. SSG 선수단은 비로소 완전체가 돼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우승을 만끽했다. 시상식 후 한유섬은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 그의 이름을 연호해 준 팬들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김 감독은 경기 후 “(한)유섬이처럼 덩치 큰 애들이 여린 면이 있다. 펑펑 울더라”면서 “올해 유섬이가 주장을 맡으며 많이 힘들었을텐데, 내색을 전혀 안 하고 묵묵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주장을 참 잘 뽑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현장에도 ‘목발’이 있었다.

작년 한국시리즈에 우승한 당시 KT 주장 유한준(왼쪽)과 박경수. /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2021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KT에선 내야수 박경수(38)가 부상 투혼을 벌였다. 박경수는 지난해 11월 17일 KT와 두산이 벌인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뜬공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뒤로 넘어지며 오른쪽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당했다. KT가 다음날 4차전 승리로 4전 전승으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자, 당시 주장 유한준이 목발을 짚은 박경수를 부축한 채 그라운드로 데리고 나오는 장면은 감동을 자아냈다.

주장과 베테랑의 활약은 그 자체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팀을 위해 3루까지 전력질주한 한유섬, 그리고 몸을 날린 박경수 등 2년 연속 한국시리즈의 가장 마지막 순간엔 선수들의 뜨거운 눈물과 ‘열정의 목발’이 있었다. 두 선수는 내년에도 동료들과 동고동락하며 팀의 영광을 위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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