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고생한 사람만 책임지나”… 경찰·소방 ‘부글부글’

이승우 기자 2022. 11. 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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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에 국가적 재난의 책임자는 지방자치단체, 행안부장관 등으로 명시돼 있는데, 왜 경찰만 책임져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8일 한 일선 경찰관 A 씨가 경찰 내부망 '폴넷'에 실명으로 올린 글 내용이다.

A 씨는 이 글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경찰도 책임이 있지만 다른 책임자도 있다"며 "책임 규명을 위해서는 재난관리책임기관인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등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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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소방서장 응원글 잇따라
“법령에 국가적 재난의 책임자는 지방자치단체, 행안부장관 등으로 명시돼 있는데, 왜 경찰만 책임져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8일 한 일선 경찰관 A 씨가 경찰 내부망 ‘폴넷’에 실명으로 올린 글 내용이다. A 씨는 이 글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경찰도 책임이 있지만 다른 책임자도 있다”며 “책임 규명을 위해서는 재난관리책임기관인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등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지적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새벽 사고 현장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인근에서 소방대원과 경찰들이 현장 수습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경찰 “지자체 등 책임자들도 책임져야”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참사 관련해 경찰을 질책하고, 8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경찰 수뇌부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경찰 내부망에는 참사 책임을 경찰에만 지우냐고 비판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 B 씨는 8일 오후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세월호 이후 참사 관련 법안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국회의원들도 직무 유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국가적 재난에 대한 책임을 경찰에만 지우는 것이 부당하다는 글도 이어졌다. 경기남부청 직원 C 씨는 8일 오후 내부망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범죄나 사건·사고가 아니라 재난 사태다”며 “사태의 근본 책임은 경찰뿐 아니라 용산구청장, 서울시청, 상인회, 지역구 국회의원 모두에게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경찰 업무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서울의 한 파출소 경찰 D 씨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행안부 장관, 용산구청, CCTV 관제 직원 등 책임질 사람 많은데 왜 현장에서 고생한 경찰에만 총구가 겨누는지 모르겠다”며 “경찰에 모든 책임을 지우기 전에 구체적으로 누가 뭘 잘못했는지를 먼저 밝히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재난 발생 현황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소방 “현장 꼬리 자르기는 지양해야”

일선 소방관들 사이에선 참사 당일 구조 현장을 지휘했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건 부당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는 8일 “용산소방서장 입건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 백호상 지부장은 9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용산소방서장은 사고 당일 자원해서 이태원 119 센터에서 대기했으며 사고 후에는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지휘했다”며 “지휘 책임자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신 분들에게만 꼬리자르기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권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제도적 문제를 현장 최일선에 있던 용산소방서장 등 개인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안타깝다”며 “공무원 모두가 잘못을 인정하고 철저한 현장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제도와 정책을 변화시켜 향후 참사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서장이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서울소방재난본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는 최 서장을 응원하는 게시글이 1000개(9일 낮 12시 기준) 가까이 올라왔다. 게시글을 올린 한 시민은 “국가는 몰라도 국민은 소방관분들이 현장에서 고생한 노고를 다 알고 있다”며 “참사 당일 국민을 지켜주신 것처럼 이번에는 국민이 소방관분들을 지켜드리겠다”고 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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