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독자적 '인태 전략' 곧 공개…미중경쟁 속 외교 좌표 주목

김효정 2022. 11. 9. 14: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월 한미정상회담서 '인태 전략' 수립 방침 공개…6개월만에 발표
동맹·다자 이어 지역외교 전략 담아…"대외전략 기본틀 완성"
윤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 공개하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1일부터 16일까지 한-아세안 정상회의(캄보디아 프놈펜)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인도네시아 발리)에 참석 등 해외 순방 일정을 공개하고 있다. 2022.11.9 je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오수진 기자 = 한국의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베일을 벗는다.

한국의 인태 전략은 이 지역을 무대로 심화하는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의 외교 '좌표'를 보다 선명히 드러낼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9일 오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1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자유·평화·번영을 중심으로 한 한국판 인태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우리만의 특화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난 6개월간 이어온 동맹외교·다자외교에 인태 전략으로 대표되는 지역외교의 퍼즐을 맞춤으로써 대외정책의 기본 틀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독자적인 인태 전략을 수립한다는 계획을 처음 공개했다. 이후 외교부 북미국에 인태전략팀을 설치해 성안 작업을 해왔다.

한국 정부가 인태 전략을 만든다는 것은 적지 않은 외교적 의미가 있다.

'인도·태평양'이라는 지정학적 개념이 부상한 맥락 자체를 미중 전략경쟁과 떼어놓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인태 전략 수립 구상이 처음 공개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인도·태평양에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전략적으로 연결된 공간으로 인식하고 중국의 공세적 해양 진출에 대응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한 것도 인도·태평양 개념의 특징이다.

더욱 폭넓게 보면 이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이라는 커다란 변화와, 이에 따라 발생하는 전략적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에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 일본, 인도, 호주, 아세안 등 역내 국가들은 물론 유럽 등이 자체적인 인태 전략을 연이어 수립, 발표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기인 2017년께부터 동북아시아, 호주, 인도에 이르는 지역을 통칭하던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용어 대신 '인도·태평양'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일본은 2016년 8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 연설을 통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FOIP) 구상을 내놓았다.

반면 전임 문재인 정부는 인태 지역 개념의 민감성을 고려해서인지 이를 외교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 대신 인태 지역에서도 특히 중요한 아세안과 인도를 대상으로 신남방정책을 추진했다.

윤석열 정부가 인태 개념을 수용해 대외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은 미중 전략경쟁으로 변화하는 지역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한국의 방향성을 더욱 선명하게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을 수립하는 데는 상당한 딜레마가 따를 수 있다.

중국의 부상이란 현실을 한국이 어떻게 인식하는지와 이에 어떤 원칙, 방향성을 갖고 대응할지가 인태 전략에 직·간접적으로 담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각국이 공개한 인태 전략은 다양한 결을 보여줬다.

일본의 FOIP 전략이 중국 견제 의도를 비교적 분명히 드러냈다면, 아세안이 2019년 6월 채택한 '인도·태평양에 관한 아세안의 관점'(ASEAN Outlook on the Indo-Pacific)에는 중국이라는 말 자체가 없고 개방성과 투명성, 포용성 원칙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인 역내 질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유지와 '보편적 가치' 수호를 위한 연대에도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런 두 가지 방향성이 인태 전략에 어떻게 함께 담길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평화·번영'을 위한 인태 전략이라는 이름에서 보듯 아세안 등과의 호혜적인 협력 강화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주최한 2022년 국제문제회의 화상 연설에서 한국의 인태 전략이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에 기반하며 아세안 중심주의에 대한 우리의 존중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kimhyoj@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