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헹가래 중독됐다" 정용진, 유통·스포츠 결합 '연타석 홈런' 친다

송주희 기자 2022. 11. 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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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창단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작년 SK 와이번스 인수 후 공격 투자
선수 영입·시설 투자·응원·홍보 등서
'야구에 진심인 용진이형' 전면 나서
랜더스 흥행으로 마케팅도 탄력받아
굿즈·식음료 등 계열사와 협업 활발
5년뒤 청라복합몰·돔구장 완공 예정
신세계 콘텐츠 '경험의 확장' 시너지
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에서 키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SSG 한유섬과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트로피를 들고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싹쓸이” 새내기 구단주 다짐 2년 만에 현실로

“야구판에서 싹쓸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야구에 열정적이면 본업(유통업)과 연결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3월 30일 오전 12시 30분.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이 음성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 등장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 약 1시간 20분간 이어진 정 부회장의 이야기는 대부분 ‘야구’에 관한 것이었다. 대화방에 참여해 귀를 기울인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 역시 야구였다. 프로야구단 SSG 랜더스의 정용진 ‘구단주’는 이날 오후 6시 열릴 창단식에 앞서 SNS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야구단의 비전과 목표를 밝혔다. 그리고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라던 새내기 구단주의 다짐은 창단 2년 만에 현실이 됐다.

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에서 SSG의 우승이 확정되자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SSG랜더스는 지난 8일 인천 랜더스필드에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키움히어로즈에 4 대 3 승리를 거뒀다. 2 대 3으로 끌려가던 6회 말 김성현이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역전 결승 2루타를 치며 승부를 뒤집었다. 이로써 SSG랜더스는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SSG랜더스가 창단 2년 만에 쓴 기록은 그야말로 ‘마법’에 가깝다. KBO 리그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개막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1위 유지) 우승,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 전 구단 홈경기 관중 수 1위··· KBO 리그 역사에서 신생 구단의 이 같은 활약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마법 같은 성과의 주역으로 선수 못지않은 주목을 받은 이가 있으니 바로 정 부회장, 일명 ‘야구에 진심인 용진이 형’이다.

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에서 키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SSG 추신수(오른쪽)와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8일 SSG 랜더스가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이 확정되자 SSG 구단주인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김광현과 포옹하고 있다./연합뉴스
선수영입부터 시설 지원·응원까지···구단주 겸 응원단장 정용진

정 부회장은 선수 영입부터 본인이 직접 등판하며 공을 들였다. 창단과 함께 한국 출신 최고의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깜짝 영입했던 SSG랜더스는 올해 SSG의 전신인 SK와이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메이저리그에서 큰 활약을 보여준 김광현과 역대 최고 금액인 4년 151억 원에 계약하기도 했다. 두 메이저리거 영입은 정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뤄졌다. 실제 김광현은 KBO 복귀와 함께 밝힌 소감에서 “미국에서 (정용진) 구단주님과 SSG가 리그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것을 보며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선수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 올해 SSG랜더스의 평균 연봉은 2억 7044만 원으로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가장 높다. 정 부회장은 선수단 기량 향상을 위한 시설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 2월에는 2군 경기장인 SSG퓨쳐스필드 실내 연습장에 약 5억 원 규모의 공조 시스템을 구축, 혹한기와 혹서기 선수단 훈련 효과를 높이도록 지원했고, 3월에 1군 경기장 SSG랜더스필드 내에 있는 클럽하우스와 홈, 원정 덕아웃 및 부대시설에 약 40억 원을 들여 전면 리모델링을 완료했다. 높은 연봉과 시설 투자 등 금전적인 부분에서의 지원이 전부는 아니다. 1·2군 가리지 않고 소속 선수들의 얼굴과 이름을 외우고, 이들을 초청해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하는가 하면 ‘응원단장’을 자처하며 주요 경기 현장을 찾아 관람하는 등 애정을 200% 표현하자 선수들의 사기도 진작됐다. 정 부회장은 올해만 홈구장인 랜더스필드를 마흔 번 이상 찾았다. 홈구장에서 열린 72경기 중 절반 이상을 직관한 셈이다.

이마트가 SSG랜더스의 KBO 최초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기념하고 통합 우승을 기원하기 위해 지난달 '언더마이카'와 손잡고 출시한 협업 의류/사진 제공=이마트
신세계L&B가 SSG랜더스의 KBO 최초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기념해 선보인 샴페인/사진 제공=신세계L&B
야구 흥행 따라 계열사 협업도 홈런

정 부회장이 야구단 창단 당시 공언했던 ‘본업과의 연결’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성적과 야구 흥행을 바탕으로 굿즈, 계열사 협업 등 SSG 랜더스 관련 마케팅이 좋은 실적을 거두며 신세계 그룹의 본업에도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139480)는 올 4월 SSG랜더스필드에 140여 종의 상품을 판매하는 SSG 랜더스 굿즈숍을 오픈했는데 야구팬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이마트 전국 점포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다. SSG닷컴의 경우 4월 2~8일 진행한 랜더스데이 기간 매출이 전주 대비 30% 증가했고, 한정판 유니폼도 잇따라 완판되며 협업 효과를 누렸다.

한 야구 관람객이 인천 SSG랜더스필드점에서 노브랜드 버거를 구입하는 모습(왼쪽)과 SSG 랜더스와 연계한 신세계 주요 계열사의 협업 마케팅 및 야구 투자 내용/사진·자료=신세계

신세계푸드(031440)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 역시 SSG랜더스 창단 후 SSG랜더스필드 내 전광판 및 TV, 모바일 중계를 통해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SSG 랜더스가 프로야구 정규시즌 선두권에 올라선 지난해 5월 노브랜드버거 (86개 점)의 매출액은 4월 대비 3% 증가했다. 특히 SSG랜더스의 연고지인 인천 지역 지점 6곳의 매출액은 11%나 뛰었다. 노브랜드 버거 100호점인 SSG랜더스필드점은 해당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야구장 전용팩을 출시하는 등 야구장 맞춤형 매장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신세계푸드는 SSG랜더스와 협업을 통해 가정간편식 랜더스 스낵 3종을 출시했는데, 일 평균 500여 개의 판매고를 올리며 출시 2달 만에 누적 판매량이 5만 개를 넘어섰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주요 유통 계열사가 참여하는 기념 이벤트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 있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최신식 돔구장인 글로브 라이프 필드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 SNS 캡처
쇼핑몰+돔구장 프로젝트···라이프 스타일 센터 비전

정 부회장의 큰 그림은 ‘야구 우승’을 넘어 ‘고객 경험의 확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야구장을 찾은 고객이 단순히 야구를 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이벤트와 마케팅을 통해 신세계그룹의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일환으로 신세계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인천 청라에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와 야구 돔구장을 함께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인천광역시와 추진하고 있다. 야구를 본 관객을 바로 쇼핑몰로 흡수해 ‘신세계 유니버스’에 오래 머물도록 하겠다는, 야구장을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변화시키겠다는 구상이 하나 둘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은 랜더스 경기 대부분을 챙겨볼 뿐만 아니라 타 구단 경기 하이라이트까지 챙겨볼 정도로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다”며 “정 부회장의 야구 사랑은 신세계그룹의 사업과 랜더스의 야구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야구판 전체를 키우고자 하는 노력으로 팬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에서 키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SSG 선수들이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헹가래치고 있다./연합뉴스

정 부회장은 우승 직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는 사진과 함께 ‘내년에도 이거 받고 싶음, 중독됐음’이라는 글을 올렸다. ‘무서운 신생팀’에서 2년 만에 ‘우승팀’ 타이틀을 거머쥔 SSG 랜더스가 내년에도 우승 세리머니를 할 수 있을지, 신세계 계열사와의 협업 마케팅도 ‘수익 홈런’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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