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모두가 떠난 뒤에야 눈물을 보였다[스경X스토리]

김경학 기자 2022. 11. 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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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의 이정후가 지난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 6회초 솔로 홈런을 친 뒤 1루로 향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지난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과 SSG의 한국시리즈 6차전 9회초 2사 상황, 이지영의 타구가 1루수 오태곤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가며 경기가 끝났다. 마운드 위 김광현을 비롯해 SSG 선수들이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가운데 키움 선수들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다소 밝은 분위기 속 손뼉을 치며 그동안 고생한 선수들끼리 격려의 말을 주고받는 가운데 5회 대타 교체로 빠져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김휘집은 벤치에 앉아 눈물을 보였다. 패한 아쉬움과 실책을 기록한 자책과 분함 등이 뒤섞인 것처럼 보였다. 그 심정을 잘 알고 있는 이정후는 “괜찮아”라며 김휘집을 다독였다. 이정후는 라커룸으로 들어가며 취재진에 “힘들었다”,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애써 아쉬움을 삼키려는 모습이었다.

구단 관계자과 코칭스태프·선수단 미팅이 끝나고 짐을 챙겨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길, 복도에서 이정후를 만났다. 이정후는 올해 준플레이오프(타율 0.368 OPS 0.961), 플레이오프(타율 0.500 OPS 1.467)에 비해 한국시리즈(타율 0.259 OPS 0.740)에서 자신이 부진해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했다.

그는 두산에 패해 준우승한 2019년보다는 성숙해졌음을 느낀다고 했다. 이정후는 “3년 전에에는 분한 마음이 커서 눈물만 났다”며 “(이번엔)우리가 SSG보다 실력이 조금 떨어져 졌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결과가 나왔으니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키움은 KBO리그 10개 팀 중 등록 선수 평균 나이가 가장 어린 팀이다. 이정후는 1998년생이지만, 팀 내 주축이자 선배였던 김하성과 박병호가 각각 지난해 미국, 올해 KT로 떠난 뒤 사실상 팀의 중심 역할을 맡았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이정후를 ‘경기장 내 주장’이라고 했다. 팀의 중심이자 중견 선수인 그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처럼 보였다. 이정후는 “많이 아쉽긴 하지만 (3년 전에 비해)지금은 저보다 더 많은 동생(후배)이 생겼고 동생들 앞에서는 그래도 의젓한 모습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많은 키움팬이 눈물을 보였다는 질의에 이정후의 눈도 촉촉해졌다. 잠깐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시즌 전 많은 선배들이 한두 명씩 팀을 떠났을 때 느낀 (허전한)그런 마음들을 제가 조금이나마 치유를 해드린다고 말씀드렸는데 또 울음을 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복도에서 인터뷰하던 중 키움 선수들 모두 버스로 이동했고 복도 끝에서 코칭스태프가 이정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코칭스태프와 함께 이동하던 이정후는 마침내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나이는 20대 중반이지만 한 해 동안 팀의 중심으로 솔선수범하며, 기대에 부응하려 했던 그의 부담감과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또 야구 실력을 떠나서도 왜 그가 한국 최고의 야구 선수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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