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욱정 PD "저물어가는 다큐의 시대…빠른 전개로 승부 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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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의 시대가 저물어간다고 하죠. 상황 탓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담았습니다."
요리 다큐멘터리의 개척자인 이욱정 PD가 다양한 문화 속에서 비슷한 형태로 발전한 요리들을 살펴보는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푸드 크로니클'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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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가지 음식에 주목해 1년여 동안 10개국 여행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다큐멘터리의 시대가 저물어간다고 하죠. 상황 탓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담았습니다."
요리 다큐멘터리의 개척자인 이욱정 PD가 다양한 문화 속에서 비슷한 형태로 발전한 요리들을 살펴보는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푸드 크로니클'로 돌아왔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요리인류 검벽돌집에서 만난 이 PD는 "달달한 옷을 입힌 알약 당의정 같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겉은 재미있고 흥미롭지만, 속에는 유익한 정보가 가득 담겨있는 다큐멘터리가 목표였다"며 "음식을 형태로 분류해 들여다보는 과정에 인류학적 성찰을 담았다"고 말했다.
'푸드 크로니클'은 음식을 싸는 모양의 '랩(wrap)', 납작하고 평평한 모양의 '플랫(flat)', 쌓아 올리는 모양의 '레이어(layer)'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제작진은 만두, 쌈, 타코, 피자, 팬케이크, 샌드위치, 스시, 케이크 등 8가지 음식에 주목해 1년여 동안 총 10개국을 여행했다.
이 PD는 "이들 8가지는 세상을 움직이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음식의 공통점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인류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고, 다양한 맛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한다.
"수많은 나라의 수많은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어보면서 저는 오히려 단순한 요리들이 훌륭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다양한 맛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번거롭지 않은 음식들이 세계를 사로잡았죠. 음식을 싸거나, 쌓아 올리거나, 빨리 조리할 수 있게 납작하게 만드는 이유는 결국 다 효율성 때문이에요.
이 PD는 첫 다큐멘터리 '누들로드'로 2009년 한국방송대상 작품상 부문 대상을, 2010년 '다큐멘터리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을 받았다. 다큐멘터리 '요리인류'로는 2015년 백상예술대상 TV 교양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음식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기 위해 KBS 재직 당시 사비로 프랑스 요리학교 '르꼬르동 블루'에 유학을 다녀왔을 만큼 요리와 다큐멘터리에 관해서는 잔뼈가 굵은그이지만, '푸드 크로니클' 제작을 앞두고는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지상파 방송에서 다큐멘터리 편성 시간 자체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제 누가 다큐멘터리를 보느냐'는 말이 나온다"며 "변화하는 시청자들 취향을 따라잡고,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식당 주인이 가게가 잘 안 될 때, '손님들이 내 요리를 이해 못 한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망하잖아요. 자기 요리의 본질은 지키되, 손님들을 위한 요리를 해야 해요.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가 주목받지 못하는 데는 제작자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PD는 변화한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푸드 크로니클'에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는 "한 회차 안에 약 8개 국가의 요리 관련 이야기가 들어있어 전개가 굉장히 빠르고 변화무쌍하다"며 "보고 있으면 전 세계를 한 바퀴 도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액션 영화에서 액션신을 찍는 심정으로 요리하는 장면을 찍었다"며 "음식을 최대한 먹음직스러워 보이도록 담아냈고, 조리 단계를 굉장히 디테일하게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작품 안에 시청자들을 끌어당길 아름다운 음식과 마치 외국을 여행하는 듯한 문화적인 체험을 압축했어요.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서 야식 드시면서 보기 좋을 겁니다. (웃음)"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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