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죽음 뒤, 연대와 용서로 바로 서는 와칸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리뷰]
‘블랙 팬서’를 주인공으로 한 두 번째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티찰라 왕의 죽음을 딛고 다시 바로 서는 와칸다 왕국의 이야기다. 전편 <블랙 팬서>의 주인공 티찰라를 연기했던 배우 채드윅 보즈먼이 2020년 사망한 뒤,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티찰라 역에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거나 채드윅 보즈먼을 CG(컴퓨터그래픽)로 재현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영화는 채드윅 보즈먼과 티찰라를 깊이 추모하고 성공적으로 계승한다.
영화는 블랙 팬서이자 군주였던 티찰라의 죽음을 맞이하며 시작한다. 엄숙하고 성대한 장례가 치러진다. 강력한 힘을 가진 희귀 금속 비브라늄이 와칸다에 있는 것이 전 세계에 알려졌지만 와칸다에는 이제 강력한 왕이 없다. 전편에 킬몽거가 태워버린 하트 모양 허브를 아직 복구하지 못해 수호자인 블랙 팬서도 부재한다. 세계 각국은 와칸다의 비브라늄을 약탈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와칸다는 길목에 놓여 있다. 선조의 정신을 계승할지를 두고 티찰라의 어머니인 라몬다(앤절라 바셋)와 티찰라의 여동생 슈리(러티샤 라이트)는 갈등한다. 슈리는 어머니에게 “블랙 팬서는 유물”이라며 “기술을 발전시켜야 와칸다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티찰라의 연인 나키아(루피타 뇽오)는 잠적한 후 티찰라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아 슈리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신하 오코예(다나이 구리라)는 위기에 처한다. 아들, 오빠, 연인과 주군을 잃은 네 명의 여성은 서로 충돌하고 어우러지며 와칸다를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차기 블랙 팬서보다 새로운 안티 히어로 네이머의 존재감이 더 두드러진다. 네이머는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고, 빠른 속도로 헤엄치고 하늘을 날며, 강력한 힘을 가진 캐릭터다. 수중 왕국 탈로칸의 통치자로, 국민들에게는 ‘쿠쿨칸’으로 불리며 추앙받는다. 네이머는 자신의 왕국을 지키기 위해 와칸다와 반목한다. 배우 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의 육중한 존재감과 화려한 공중·수중 액션은 다소 앙증맞게 느껴질 수 있는 ‘발목의 날개’ 설정을 압도한다. 영화는 그의 탄생 배경을 비중 있게 다루며 서사를 부여한다. 탈로칸은 고대 메소아메리카 문명에 뿌리를 뒀다. 네이머는 추방당하고 노예 삼아진 원주민의 자손이다. 바다 조류를 타야 이를 수 있는 탈로칸 왕국은 신비롭고 웅장하게 구현됐다.
영화는 널리 사랑받은 캐릭터인 블랙 팬서와 아이언맨의 세대 계승을 암시하며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4의 문을 닫는다. 천재 공대생 ‘아이언하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MIT 신입생인 리리 윌리엄스(도미니크 손)가 학교 과제로 제출한 비브라늄 탐색 로봇이 와칸다와 탈로칸의 대립을 촉발한다. 영화 속 존재감이 크지는 않지만, 리리는 MCU 서사 속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 이번 영화에서 슈리는 티찰라의 미덕이었던 용서의 정신을 계승하며 훌륭한 블랙 팬서로 거듭나지만, 향후 MCU에서도 블랙 팬서로 등장할지는 불투명하다. 영화는 슈리 외에도 티찰라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을 가진 여러 인물을 보여준다. 쿠키 영상이 하나 있다. 9일 개봉했다. 12세이상 관람가. 161분.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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