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을 ‘최선’ 아닌 ‘차선’으로 대하니, 즐기고 만족할 수 있게 돼”
50여년 간 정신과 의사로 생활
삶을 즐겁게 사는 나름의 방법있어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재미추구하려 해
인생 2막 준비하는 이들에게 ‘인생을 안다고 자만하지 말라’ 조언 나는>
벌써 11월이다. 올해도 딱 두 장의 달력만큼 남았다. 두 달 후면 모두가 한 살씩 나이를 더 먹지만, 나이 드는 게 두려운 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나이 먹는 것을 잊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다 이제 막 두 번째 삶을 맞이한 이들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이들을 위해 오늘은 “인생에도 선행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근후 저자의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책을 소개하려 한다.
사실 이 책은 따끈따끈한 신간은 아니다. 벌써 출간된 지 11년이나 된 책을 이제야 꺼내든 이유는 많은 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 인생 두 번째 삶을 즐거움으로 물들인 저자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정신과 의사로 50여 년을 살아온 저자는 경제적으로 풍요롭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느닷없이 노후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저자는 고등학생이던 1950년대 아버지를 여의고 가장이 됐다. 대학 시절에는 4.19와 5.16 반대 시위에 참가해 감옥 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취업의 어려움을 겪어 생활이 힘들었던 시절도 있었다. 취직 후에는 빚을 갚고 자식 넷을 키우느라 젊은 시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살았다. 그 역시 삶의 굽이에 고난이 물들어 있었지만, 쉽게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삶을 즐겁게 살려고 했다.
저자의 삶을 즐겁게 사는 법은 우리가 아는 그것과 다르다. 그는 재미있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재미있는 쪽으로 만들어가며 재미를 추구하려 했다. 저자는 “진짜 인생을 즐기는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도 재미있게 해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 순간 순간이 쌓여 진짜 재미있는 삶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저자가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은 데다 당뇨와 고혈압, 허리디스크, 담석 등의 병을 앓고 있지만, 76세의 나이로 고려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최고령이자 수석으로 졸업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여든을 넘어선 지금도 하루하루 사는 일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저자가 후배들에게 조언한 인생 후반을 즐겁게 사는 법은 어렵지 않다. 먼저 “늙으면 죽어야지” 등의 입버릇처럼 말하는 앓는 소리를 멈춰야 한다. 그는 앓는 소리를 통해 힘든 것을 남이 알아주길 절대 바라지 말라고 했다. 다음으론 ‘인생을 다 안다고 자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 세상 모든 것에 내가 모르는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타인에 대한 예를 갖게 하고 삶을 겸손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무슨 일이든 오래도록 꾸준히 하는 습관을 갖게 된 이유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최선’. 이 말은 모두가 한 번씩 큰 의미를 담지 않고도 내뱉는 말이기도 하다. 가만히 그 의미를 생각해보면 최선은 내가 가진 100을 다 쓰겠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렇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다 써버리면, 씨앗을 먹어치운 농부처럼 내일을 기약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최선의 다음인 차선을 선택했다. 차선이라고 해서 적당히 하다가 내키는 대로 그만두는 게 아니다.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완벽하게 매달리기보다 잘하는 정도에서 즐기고 만족하겠다는 의미다. 저자는 자신이 시니어가 돼서도 공부를 하고 다양한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늘 능력의 30% 가량을 아껴 뒀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 이제 인생을 조금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은가. 여전히 나이 먹는 게 두렵다면 저자처럼 인생 후반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는 노년기를 ‘발견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무엇을 발견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면, 인생 후반을 먼저 살아보자. 그러면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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