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옳지 않아요!” 괴물 같은 세상을 향한 마법의 외침, 뮤지컬 ‘마틸다’[리뷰]
2018년 초연 후 4년 만에 재공연
세상에 맞선 용감한 소녀의 마법 같은 이야기
어린이 배우들이 160분간 이끄는 ‘꽉 찬 무대’
“아니요, 그건 옳지 않아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힘주어 말하는 작은 소녀의 외침이 대극장 무대를 울린다. 지난달 서울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마틸다> 속 주인공 마틸다는 기적 같은 아이다. 다섯 살 어린 나이에도 도서관의 어려운 책들을 모두 읽을 만큼 재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다. 아이들을 ‘괴물’ 취급하는 비정한 집과 학교에서 두려움으로 움츠러드는 대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마틸다는 뮤지컬 넘버 ‘똘끼(Naughty)’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라푼젤, 신데렐라, 성냥을 팔던 소녀/ 모두 다 왜 구해주기만을 기다렸나/ 처음부터 그렇게 쓰여졌으니까/ 어쩔 수 없는 뻔한 얘기/ 왜 쓰여진 대로 꼭 이렇게 살지?/ 때론 너무 필요해 약간의 똘끼!/ 불공평하고 또 부당할 때/ 한숨쉬며 견디는 건 답이 아냐/ 쬐끄맣고 힘이 별로 없다 해도/ 쬐끔만 용기를 내면 할 수 있어.”
<마틸다>는 영국의 명문 극단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RSC)가 <레미제라블> 이후 25년 만에 제작에 나선 뮤지컬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을 쓴 영국의 아동문학가 로알드 달의 원작 소설을 7년간의 제작 과정을 거쳐 2011년 뮤지컬로 탄생시켰다.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 후 2018년 국내 초연한 이 뮤지컬이 4년 만에 재연 무대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관객이 공연장에서 처음 만나는 것은 수많은 알파벳과 책으로 뒤덮인 반원형의 대형 무대다. 책과 이야기는 자신을 ‘불량품’ 취급하는 부모, 아이들을 학대하는 트런치불 교장으로부터 벗어나 마틸다가 내면의 힘과 위로를 얻고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는 세계다. 마틸다는 이야기의 힘으로 불의로 가득한 세상과 맞선다. 마틸다 스스로 이야기하는 ‘똘끼’로 무장한 채, 트런치불 교장 앞에서 도망치기 바빴던 미스 허니 선생님을 변화시키고 자신과 다른 아이들 역시 구해낸다.
동화적인 상상력이 가득한 공연이다. 주인공 마틸다를 비롯해 어린이 배우들이 중심이 되는 뮤지컬로, 아이들은 물론 어른 관객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공연 후반부 성인 배우와 어린이 배우들이 칼군무를 보여주는 넘버 ‘리볼팅 칠드런(Revolting Children)’, 배우들이 공중 그네를 타고 관객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어른이 되면(When I Grow Up)’ 등의 명장면들이 펼쳐진다.
1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마틸다 역을 따낸 임하윤(9), 진연우(11), 최은영(10), 하신비(9)를 비롯해 마틸다의 학교 친구들로 등장하는 20여명의 어린이 배우들이 힘찬 군무와 노래로 160분간 무대를 이끌어간다. 아이들을 괴롭히는 거대하고 무지막지한 ‘독재 괴물’ 트런치불 역은 뮤지컬 배우 최재림과 장지후가, 외로운 마틸다를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선생님 ‘미스 허니’는 방진의·박혜미가 번갈아 연기한다. 공연은 내년 2월26일까지.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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