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과학용어] ①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영어 음차 표현 고쳐써야
[편집자주] 소부장, 감염병, 재난재해, 기후위기, 환경, 에너지, 원자력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과학기술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회 안전과 삶의 질을 위한 과학기술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과학기술 용어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용어가 나오는 속도만큼 대중이 이해하는 속도가 따라오지 못합니다. 용어 이해도에 따라 삶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과학기술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 과학자들과 일반 시민들의 인식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공감! 과학용어] 기획을 진행합니다. 첫 순서로 석학들이 회원으로 구성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함께 ‘한림원 회원들이 선정한 고쳐써야 하는 과학용어’를 3회에 나눠 소개합니다.
‘메타버스, 웨이퍼, 에스엠알(SMR)’
외래용어로 그 소리만 빌려 우리말로 표현한 전문 용어들이다. 과학기술계 석학으로 구성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들은 이처럼 전문용어를 그대로 음차해 쓰면 대중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해를 높이기 위해 메타버스는 가상세계로, 웨이퍼는 반도체 기판으로, 에스엠알은 소형 원자로로 바꿔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아사이언스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함께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7일까지 ‘과학기술자와 시민들의 공감대 높이는 과학기술 용어 조사’를 실시했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미디어에 유통되는 과학기술 용어 중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용어를 묻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와 대체할 수 있는 용어에 대해 물었다. 총 62명의 회원이 조사에 응했다.
메타버스는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3차원(3D) 가상세계를 의미하는데 기존의 가상현실(VR)보다 진보된 개념으로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며 여러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뤄진다. 새로운 미래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용어 자체는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이미 1992년 공상과학소설 ‘스노우 크래시’에서 등장했다가 최근 기술 발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영향으로 실내 활동이 늘어나며 주목받는 키워드가 됐다.
메타버스란 영어 용어는 그대로 한국 사회로 유입됐다. 소리만 빌려 우리말로 표현한 뒤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메타버스를 포함해 회원들이 꼽은 바로 잡아야 할 용어 100여개 중 24개가 ‘전문용어 영어 표현을 그대로 음차해 대중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꼽혔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질병 관련 용어들도 전문용어 영어 표현으로 적절하지 못한 용어로 다수 꼽혔다. 두 유행병의 동시 유행을 뜻하는 ‘트윈데믹’, 인공심장 역할을 하는 ‘에크모’, 풍토병을 뜻하는 ‘엔데믹’, 전 세계적 대유행병을 뜻하는 '팬데믹', 특정 지역의 많은 사람들에게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감염병을 뜻하는 '에피데믹' 등이 전문용어 영어 표현을 그대로 음차한 사례로 꼽혔다.
트윈데믹은 이중유행감염, 에크모는 체외막산소공급 또는 체외산소교환, 엔데믹은 지역적 풍토병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팬데믹은 세계적 유행병 혹은 세계적 전염병으로, 에피데믹은 국지유행성질병으로 바꿔 쓰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클릭화학'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클릭화학은 물질의 작은 분자를 빠르게 결합하는 반응을 연구하는 분야다. 클릭화학의 '클릭'은 말 그대로 두개의 서로 다른 작용기가 만나서 “찰칵”하는 것처럼 결합이 생성되는 반응을 말한다. 영어 표현을 그대로 써서 전공을 하지 않거나 배경지식이 부족한 일반 시민들이 용어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클릭화학 대신 '쌍방연합화학' 등 우리말로 고쳐 써 용어 의미의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생명과학 분야의 경우 한글로 용어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유전체로, 미토콘드리아는 활력체로, 렘수면은 급속눈운동수면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밖에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인 커리큘럼과 아젠다, 씽크홀은 각각 교육과정, 의제, 땅꺼짐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지적도 나왔다.
※ 이 프로그램은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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