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호흡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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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정신과 육체는 올바른 호흡의 산물이다.
뒤늦게 헐레벌떡 골프장으로 달려온 사람의 티샷이 십중팔구 실패하는 것은 바로 거친 호흡과 이에 따른 출렁이는 마음 때문이다.
여유 있게 골프장에 도착했다고 해서 호흡이 고르고 마음이 평정을 유지하는 것만은 아니다.
마음의 호흡이 거칠어지면 신체적인 호흡도 거칠어질 뿐만 아니라 정신집중이 되지 않아 골프에 집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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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건강한 정신과 육체는 올바른 호흡의 산물이다.
인도 중국 등 동양에서는 정신수양과 건강증진의 방법으로 호흡법을 중시해왔다. 요가도 호흡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힌두교의 경전에는 '호흡과정은 마음에 이미지를 만들어 내며 호흡이 진정되면 마음도 또한 진정된다.'고 쓰여 있다. 호흡의 상태에 따라 마음의 모양도 달라진다는 뜻이다.
거친 호흡은 마음의 바다에 격량을 일으키고 행동을 거칠게 몰아간다. 반면 안정된 호흡은 마음을 호수처럼 잔잔하게 해 관조의 상태로 이끌어준다.
골프에서도 호흡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육체적 정신적 양면으로 골프를 좌우한다. 뒤늦게 헐레벌떡 골프장으로 달려온 사람의 티샷이 십중팔구 실패하는 것은 바로 거친 호흡과 이에 따른 출렁이는 마음 때문이다. 호흡이 안정되고 마음이 평정을 되찾기 전에는 드라이브샷이나 아이언 샷, 퍼팅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다.
티업 한 시간 전에 골프장에 도착하라는 골프선배들의 충고는 호흡의 순일과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골프 고수들은 이 때문에 여유를 갖고 집을 나서고 운전할 때도 격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정속도를 유지하며 다툼이 생길만하면 일부러 피해 가면서까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여유 있게 골프장에 도착했다고 해서 호흡이 고르고 마음이 평정을 유지하는 것만은 아니다. 필드에 나가서도 호흡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즉 마음의 바다에 격랑이 일지 않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체적인 호흡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호흡이다. 마음의 호흡이 거칠어지면 신체적인 호흡도 거칠어질 뿐만 아니라 정신집중이 되지 않아 골프에 집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일희일비하다 보면 결코 마음의 호흡이 안정될 수 없다. 골프를 하다 보면 피할 수 없이 따라 다니는 희비애락의 감정을 적절히 소화해내야 함은 물론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보다 나은 스코어와 승리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욕심을 억누를 수 있을 때 마음의 호흡은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숨소리처럼 잔잔해질 수 있다.
물이 가득 담긴 유리잔을 들고 골프장의 18홀을 걸어서 돈다고 상상해보자. 물을 흘리지 않고 온전하게 18홀을 도는 일이란 거의 불가능하다. 움직일 때마다 물이 출렁거리고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거나 발을 잘못 디디면 아예 물을 엎질러버리고 유리잔마저 깨뜨리기 쉽다.
실제로 골프란 물이 가득 담긴 유리잔을 들고 초원을 걷는 것이나 다름없다. 유리잔 대신 내 몸이 물 잔이 되는 것이 다를 뿐. 내 몸이 물이 가득 담긴 유리그릇이라고 생각하면 결코 18홀을 허투루 돌 수는 없을 것이다.
18홀을 도는 동안 언제 어디서나 마음이라는 호수에 돌이 떨어질 수 있다. 고른 호흡도 호수의 살얼음판이 깨지듯 순식간에 거칠어질 수 있다.
깊은 잠에 빠진 어린아이의 숨결 같은 고른 호흡을 잃지 않으려면 자신의 미스 샷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남의 샷 하나하나에도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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