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과 상상력을 준 시간”…‘피아노의 교본’ 시프의 마스터클래스
피아니스트 신창용, 문지영, 이주언 참여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봄에 꽃이 피어나는 장면을 상상하며 쳐볼까요?”
‘척하면 척’이다. 다소 추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음악의 언어’는 완벽한 소통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유머레스크’의 악보를 분석하며 스승이 “여긴 음침한 느낌으로 위험한 듯이”, “조금 더 옛날이야기를 하는 느낌으로”, “비밀 이야기하듯이”라고 말하자, 제자는 기막히게 딱 맞는 연주를 꺼냈다.
2018년 지나 바카워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신창용(28)이 오랜만에 학생으로 돌아갔다. 헝가리 출신의 피아노 거장 언드라시 시프(69) 앞에서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신영체임버홀에선 언드라시 시프의 마스터클래스가 열렸다. 이날 신창용은 슈만의 ‘유머레스크’를 연주했다. 오는 26일 공연(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선보일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점검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마스터 클래스를 마친 뒤 신창용은 “너무나 유명한 선생님께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 감사하면서도 떨렸다”며 “초심을 다지고 음악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영감과 음악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포인트를 말씀해주셔서 앞으로도 더 재밌게 연주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시프는 한국을 찾을 때마다 젊은 연주자들과 꾸준한 만남을 이어왔다. 그간의 마스터 클래스에도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거쳐갔다. 2008년엔 피아니스트 김선욱, 2011년엔 조성진이 참여했다. 올해엔 신창용을 비롯해 2015년 이탈리아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문지영(27), 2022년 헨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주언(11·어정초등학교)이 함께 했다. 이날 이주언은 쇼팽의 ‘마주르카 풍의 론도’를, 문지영은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을 연주했다. 지휘자 정명훈이 ‘이상적 피아니스트’로 꼽고, ‘피아니스트들의 교본’, ‘피아니스트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시프의 마스터 클래스엔 세계적인 연주자들도 관객으로 함께 했다. 첼리스트 양성원, 2021년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재홍, 신박듀오의 피아니스트 박상욱이 일반 관객들과 어우러졌다.
‘마스터 클래스’는 3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고희를 앞둔 피아니스트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학생들이 연주할 때마다 꼼꼼히 악보를 살피고, 집중해 연주를 들었다. 이 마스터 클래스의 특징은 ‘맞춤형 수업’이라는 점이었다. 학생들의 특징과 현재의 연주력을 간파한 조언이 나왔다. 일반적인 마스터클래스와는 두드러진 차이점이었다. 사실 마스터클래스는 보편성을 띈다. 불과 2~3시간 동안 여러 명의 학생과 만나야 하는 만큼 세세한 이야기가 나오기 쉽지 않다. 때문에 개인의 특성에 맞춘 수업보다는 연주자로서 갖춰야 하는 기본 덕목과 요건에 기반한 설명이 주로 나온다.
시프의 마스터 클래스는 말 그대로 ‘마스터 클래스’였다. 학생마다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고, 가져온 곡을 완벽하게 완성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수업은 기술적인 부분과 감성적인 부분을 아울러 진행됐다. 악보와 연주를 낱낱이 분석하고, 수정해가는 장면은 특히 흥미로웠다. 곡에 대한 이해와 악보의 분석, 그 안에서 감정을 끌어내고 다양한 색채를 입히는 연주 방법이 일대일 족집게 강의로 이어졌다.
‘꼬마 피아니스트’에겐 성장을 위한 조언도 따라왔다. 시프는 “우리가 마리아 칼라스와 같은 목소리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연주를 잘하려면 언제나 노래로 불러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며 “혼자 연습할 땐 노래를 해보라”고 했다. 이 조언은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마음에도 가 닿았다. 이날은 학생이었지만, 마스터 클래스의 선생님이 되기도 하는 신창용은 “시프 선생님의 수업을 통해 가르침에 대해서도 배우게 됐다”고 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치는 곡을 노래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씀은 알고 있지만 잊기 쉬운 부분인데,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며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저를 통해 어린 세대의 아이들에게도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소감을 들려줬다.
시프의 마스터클래스에 두 번째 참여하는 문지영은 “며칠 전 공연에서 선생님의 연주를 듣고 압도된 상태에서 피아노를 치려니 고통스러웠다”며 “해주시는 모든 말씀이 큰 영감을 줬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분께 수업을 듣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주언은 “전 아직 작은 아이라 한국에서 유명한 선생님께 레슨을 받는 것도 영광인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생님께 레슨을 받아 너무나 영광이었다”고 돌아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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