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김밥 6000원이지만 괜찮아"… 고급화 전략 통했네

박정경 기자 2022. 11. 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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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음식 중 '김밥'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고물가 시대로 접어들면서 '서민 음식' 가격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특히 맛은 물론 뛰어난 가성비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김밥마저 서민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1월 기준 김밥 평균 최저가는 1833원, 최고가는 2260원이었다. 이후 같은 기간 김밥 평균 가격은 ▲2018년 최저가 1929원·최고가 2300원 ▲2019년 1929원·2430원 ▲2020년 2111원·2650원 ▲2021년 2167원·2760원 등으로 매년 조금씩 올랐다.

하지만 올들어 김밥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10월 기준 최저가 2500원, 최고가 3177원으로 나타났고 서울은 평균 3046원으로 3000원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최저가(2167원)보다 약 15%(333원), 최고가(2931원) 대비 약 8%(246원) 오른 셈이다.

이같이 3000원대로 가격이 '벌크업'(근육량을 늘려 몸집을 키우는 것)된 김밥은 '골목상권 프랜차이즈'의 등장으로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다. 이에 소비자의 불만이 커졌지만 김밥은 여전히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머니S가 몸집 불리기에 나선 '김밥 시장'을 찾아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한 줄에 '3000원' 시대… "라면과 같이 먹으면 6000원"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김밥 가격이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서울의 경우 300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인근 한 김밥 가게 메뉴판. /사진=박정경 기자
지난달 31일 저녁 무렵 찾아간 인천 부평구 삼산동의 한 김밥 가게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하던 최모씨(남·60대)는 "급할 때마다 김밥집에서 끼니를 해결한다"며 "그런데 요즘 김밥과 라면 가격이 옛날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가 오르니 자연스레 김밥과 라면도 가격이 인상된 듯하다"며 "두 가지를 같이 먹으면 최소 6000원을 웃돌고 백화점 푸드 코트에 가면 8000원도 넘더라"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기본 김밥과 다른 재료가 들어간 김밥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같은 가게에서 만난 김모씨(남·60대 )는 "김밥이 종류별로 다양해서 좋다"며 "그런데 무슨 김밥이 4000원을 넘나"라고 한탄했다. 그는 "이럴 거면 백반집에 가서 밥을 먹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며 "아니면 돈 몇 푼 더 얹어서 국밥을 사 먹겠다"고 짜증을 냈다.

이곳의 기본 김밥 가격은 3000원이다. 해당 김밥 가게 점주 A씨(여·42)는 계속되는 고물가에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우리 가게라서 이 정도지 다른 가게는 3500~4000원으로 올렸다"며 "김 등 재룟값이 오르니 이대로 유지하면 남는 게 얼마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3000원으로 올린 지도 6개월가량 됐다"며 "내년엔 350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씨는 "김밥이라고 재룟값이 안 드는 줄 아느냐"며 "다른 메뉴들도 하나같이 물가가 올라 가격 인상을 안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거듭 말하지만 우리 가게라서 이 정도 가격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엎친 데 덮친 격?… 김밥 프랜차이즈, 4000원대도 부지기수


최근엔 김밥의 고급화를 표방한 '김밥 프랜차이즈'가 늘어나면서 김밥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김밥 프랜차이즈점 '바르다 김선생' 메뉴판. /사진=박정경 기자
최근엔 '김밥 프랜차이즈'가 대거 등장하면서 김밥 가격 인상에 부채질을 하는 모양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김밥 프랜차이즈점은 1만5000개를 넘어섰다. 지난 2017년 기준 김밥·기타 간이음식점 및 포장 판매점 '프랜차이즈' 사업체 수는 1만1856개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에는 1만5812개로 3년 동안 3956개(33.3%) 늘어났다.

대표적인 김밥 프랜차이즈로는 '바르다 김선생' '김가네 김밥' '마녀김밥' '고봉민김밥' '얌샘김밥' 등이 있다. 해당 김밥 프랜차이즈 지점들의 '기본 김밥' 한 줄 가격은 ▲'바르다 김선생' 4200원 ▲'김가네 김밥' 3900원 ▲'마녀김밥' 3900원 ▲'얌샘김밥' 3900원 ▲'고봉민김밥' 3500원 등으로 4000원 안팎이다.

같은날 찾아간 서울 영등포구 인근 '바르다 김선생'에서 만난 장모씨(22·여)는 "저처럼 김밥 프랜차이즈를 잘 모르는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김밥 체인점을 방문하면 당황할 것 같다"며 "김밥 한 줄에 4000원은 예상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김밥은 5000원을 웃도는데 6000원을 넘기는 메뉴도 있다"며 "중국음식점 자장면 한그릇과 김밥 한 줄이 같은 가격이거나 김밥이 더 비쌀 정도"라고 지적했다.

김밥 프랜차이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배달'에서도 제기됐다.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인근에 거주 중인 대학생 조모씨(21·여)는 "스무살부터 서울에서 자취하는데 배달음식을 자주 시킨다"며 "한 끼니에 9000원이 기본"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특히 김밥 가격이 충격이다"고 말했다.

그는 "제 본가는 강원 횡성군"이라며 "횡성에서도 김밥 가격이 2500원 정도로 싸지는 않지만 서울은 김밥 한 줄에 4000원이 넘고 배달비 3000원을 포함하면 7000원이 소비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밥을 한 번 배달시켜본 후 너무 비싸서 다른 음식을 배달시킨다"며 "김밥이 먹고 싶다면 직접 김밥 가게를 찾겠지만 그런 적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김밥, 왜 사먹나 봤더니… "맛있긴 해요"


다양한 이유로 김밥 가격이 비싸졌어도 여전히 김밥을 찾는 소비자가 많다. 사진은 '바르다 김선생'에서 판매하는 김밥 메뉴. /사진=박정경 기자
이처럼 김밥 가격이 비싸졌어도 김밥은 여전히 소비자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비싼 김밥을 먹는 소비자들은 무엇에 홀린 걸까.

상당수 소비자는 전통의 '김밥+라면' 조합을 즐긴다. 같은날 서울 종로구에 있는 김밥 프랜차이즈점 '마녀김밥'에서 만난 B씨(여·20대)는 '계란마녀김밥' 한 줄을 포장 주문했다. B씨는 "집에 가서 컵라면이랑 먹을 계획"이라며 "비싸긴 하지만 라면에 김밥 조합을 좋아해 종종 사 먹는다"고 밝혔다. 그는 "원래 마녀김밥을 애용하는 편이기도 하고 이곳의 김밥을 좋아한다"며 "대신 김밥만 사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서 집에서 먹는다"고 전했다.

마녀김밥의 경우 기본 김밥 외에도 '계란마녀김밥'(4800원)이 인기다. B씨는 "김밥에 계란이 정말 많이 들어가 김밥 크기가 큰 편"이라며 "이 김밥과 왕뚜껑 컵라면을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다"고 추천했다.

'바르다 김선생'에서는 기본 김밥인 '바른 김밥'(4200원) 외에도 김밥 메뉴가 다양해 눈길을 끈다. 그중에서도 ▲매운 장아찌 김밥(5400원) ▲크림치즈 호두 김밥(5700원) ▲돈가스 김밥(6000원) ▲새우튀김 김밥(6000원) ▲제육쌈 김밥(6000원) ▲불고기 김밥(6500원) 등이 인기다.

김밥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데다 맛도 좋아 전 국민이 사랑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김밥 시장을 프랜차이즈가 장악하면서 점차 비싼 몸이 되고 있다.

박정경 기자 p98081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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