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운의 시론>尹, 안철수 · 유승민 · 이재명도 만나야 한다
이도운 논설위원
尹 6개월 지지율 52%에서 29%로
보수·중도·진보 모두 떨어져
지지율 올려야 국정 동력 회복
본인 아닌 국민 원하는 정치 해야
여당 내 소원했던 중진들 품고
야당과도 경제·안보 협치해야
9일로 임기 6개월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이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을 것 같은 위기에 빠져 있다. 안보와 경제가 함께 흔들린다. 북한에서 쏜 미사일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날아다니고, 물가·환율·금리·수출이 모두 불안한데, 우리 사회는 이념·세대·계층·지역도 모자라 남녀 사이도 갈라져 위기 극복을 위한 국론을 모으기도 힘들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에도 봉착해 있다. 이태원 참사 등으로 야권의 ‘퇴진’ 공세에 시달리는 것도 심각한 상황인데, 대통령실과 여당의 관계도 주도권 다툼 때문인지 썩 원만치 않아 보인다.
위기를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 윤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려 연말과 내년의 국정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면 경제든, 안보든, 사회 통합이든 하나하나 해결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지지율은 어떻게 올릴 것인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국정을 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국정은 무엇인가. 그건 국민 개인의 성향마다 다르다. 따라서 보수와 중도, 진보층이 원하는 정책과 정치 어젠다를 추구하되, 보수의 지지를 먼저 확고히 한 뒤 중도, 그리고 진보로 나아가는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런 식의 ‘정치공학’을 싫어한다는데, 지지율을 올리는 것은 ‘진정성’이나 ‘노력’이 아니라 정교한 정치공학이다.
갤럽이 윤 대통령 취임일인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조사한 직무수행평가는 ‘잘하고 있다’ 52%, ‘잘못하고 있다’ 37%였다. 그러나 지난주 발표한 조사는 29% 대 63%로 뒤바뀌었다. 보수·중도·진보 유권자로 분석해보면 지지율이 각각 73%·45%·28%에서 50%·21%·11%로 모두 크게 떨어졌다. 세 집단 모두에서 지지율을 10∼20%P씩 올려야 할 상황이다. 보수만 규합하면 30%, 중도보수를 얻으면 40%, 중도층의 지지까지 추가한다면 50%라는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윤 대통령의 3·9 대선 득표율 48.56%가 바로 그렇게 얻은 표다.
보수층을 확고히 다지려면 정책적으로는 안보와 법치, 시장경제의 방향을 확실히 해야 한다. 우선, 북한 핵 위협에 맞서 핵 무장까지는 몰라도 전술핵 재배치까지는 임기 중에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안 되는 이유를 말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불법 파업을 처벌하지 못하게 하는 ‘노란봉투법’, 한 해 1조4000억 원의 예산을 사실상 폐기 처리해야 하는 쌀을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양곡관리법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국민의힘 등 여권 내에서 윤 대통령의 지원 세력을 넓혀야 한다. 옳든 그르든,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윤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뺄셈 정치를 해왔다. 김종인·이준석·유승민·안철수·장제원·권성동…. 곁에 누가 남아 있는가. 윤 대통령은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찬을 했다고 한다. 홍 시장은 보수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이제는 중도보수로 인식되는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도 만나야 한다. 공동정권을 만들자고 합의했던 안 의원이 대표 경선에 나서겠다는데, 빈말이라도 격려를 해야 한다. 현역 의원이 아닌 유 전 의원에게는 ‘떡 하나 주는’ 심정으로 연금개혁 같은 특정 과제를 맡겨볼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을 대놓고 비난하는 유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정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다면 정치적 재기가 가능해지고, 실패한다면 어쩔 수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연금개혁은 경제적 평등을 중요시하는 중도보수와 중도층을 잡을 수 있는 핵심 정책이다. 더 미루면 안 되고,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형식적인 기구에 맡겨서도 안 된다.
중도층, 더 나아가 중도진보의 마음을 잡으려면 ‘협치’ 말고는 없다.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이재명을 피고인이자 피의자로 볼 가능성이 있다. 사실이 그렇다. 그러나 그는 야당 대표이기도 하다. 피고인이 아니라 원내 다수당 대표를 만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 대표가 얻어갈 것보다 윤 대통령이 얻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난다고 이원석 검찰총장과 검사들이 수사를 늦추거나 헐겁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 언젠가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만나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서라면 섶을 지고 불 속이라도 뛰어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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