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라이프] 도시전설을 믿는다? 진실이 두려울 수도

호신술 강습을 하다 보면 잘못된 상식이 퍼져 있는, 이른바 ‘도시전설’이나 ‘문명미신’이라 불리는 얘기를 주장하거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을 자주 접한다. 예를 들면 무술 유단자가 사람을 때리면 가중처벌된다든지, 안경 낀 사람 얼굴을 때리면 살인미수라는데 진짜냐 같은 것이다.

두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하자면 우선 안경 낀 사람 얼굴을 때리면 살인미수란 얘기는 완벽한 허구다. 물론 민얼굴을 때리는 것보다 안경을 낀 얼굴을 때렸을 때 더 위험할 수는 있겠지만 살인미수 여부는 폭행 가해자가 살인의 고의가 있었느냐 없었느냐로 판단하는 것이지, 피해자가 어떤 착장을 하고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답변이다. 무술 유단자가 사람을 때리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 살인미수나 가중처벌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급소를 공격했다거나 특별히 위험한 것으로 알려진 ‘기술’을 사용했다면 그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공격했다는 사실이 고의성을 가진 것으로 간주될 수는 있다. 그러나 반대로 무술 수련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기술의 수위 조절을 한 정당방위라고 반론할 수 있다.

이렇게 설명해줘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우기며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을 볼 때마다 처음엔 답답하고 같이 화를 내기도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들은 왜 진실을 두려워하는 걸까?’ 하는 생각과 함께 안타까움이 앞선다. 무술에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도시전설 중에는 남자가 여자를 상대로 심폐소생술(CPR)을 하면 성추행으로 처벌받는다는 얘기가 있다. 이번 핼러윈 이태원 사태 때도 이 도시전설은 어김없이 등장했는데 “의협심에 (여성에게) CPR하다가 성범죄자로 몰려 인생이 나락으로 갈 수 있다” “CPR했다가 이 사람이 살아나면 내가 고소당할 위험 부담이 생기니까 어쩔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남자가 여자에게 손을 못 대는 세상이 됐다” 같은 잘못된 주장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태껏 심폐소생술이 강제추행으로 인정된 판례는 한 건도 없었다. 심폐소생술이 아니라도 현행법은 상식의 범위 내에서 추행의 고의가 없고 그 상황에서 충분히 합리적인 행동이었다고 판단되는 응급처치나 구조활동이라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 설령 혐의가 인정돼 고소를 당한다 하더라도 기소까지 가는 경우도 적고 처벌받을 확률은 더더욱 낮다. 한때 이 미신에 힘을 실어줬던 대전 음식점 사건에서도 여성을 부축했다가 고소당했던 남성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또 대다수 언론이 성추행을 염려해 지하철에서 쓰러진 여성의 CPR를 망설였다고 보도했던 지하철 사례에서도 실제로는 많은 사람이 다 함께 나서서 도왔다는 당사자의 증언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을 접했을 때 자기를 우선하는 보호본능이 발현해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으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끝내 타인을 돕지 않고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애먼 이들을 탓하거나 비난하면서 현실을 왜곡하기까지 하려는 시도는 잘못이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김기태 A.S.A.P. 호신술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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