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연내 만기 유동화 증권 3.1조···주요 계열사들 지갑 더 열까
연말까지 차환·상환 어음 잔액 2조 육박
신평사 "연내 만기 대응 가능 가능할 것"
계열사 자금 여력 적어 향후 대응방향 주목
롯데건설은 얼마의 자금이 더 필요할까. 롯데건설이 단기 자금시장 경색 여파로 계속해서 주주 뿐 아니라 주요 관계사로부터 자금 조달을 이어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연내 3조1000억 원, 내년 말까지는 6조7000억 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단기 자금 시장 상황이 단번에 개선되기 힘든 만큼 당분간 롯데건설이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에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한달 주주와 관계사들로부터 1조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 원, 주주 및 관계사로부터 대여금으로 8000억 원을 조달했다. 롯데건설의 지분은 롯데케미칼(011170)(43.79%), 호텔롯데(43.07%), 롯데알미늄(9.95%) 등이 보유하고 있는데, 각자 지분율에 따라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롯데케미칼은 875억 원, 롯데호텔은 861억 원, 롯데알미늄은 199억 원을 냈다. 롯데케미칼은 이미 5000억 원을 대여한 바 있다. 또 8일에는 롯데정밀화학이 3000억 원을 3개월간 대여했다.
롯데건설이 주주와 계열사에 손을 벌리는 배경은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있다. 주요 사업장에서 롯데건설이 채무인수, 자금보충 약정 등 신용보강을 제공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어음(ABCP), 전자단기사채(ABSTB) 등 유동화 증권을 차환이나 상환해야 하는데 시장에서 조달이 쉽지 않다 보니 계열사 현금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계열사 외에도 자체 은행권 차입 등도 추진 중이다.
이제 관심은 그럼 얼마나 더 조달해야 하는지에 쏠린다. 한국신용평가의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올해 10월 21일부터 12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신용연계 유동화 증권 규모는 총 3조1000억 원이다. 내년 말까지는 총 6조7491억 원이다. 기간 별로는 10월 21~31일이 1조3573억 원, 11월 말이 1조3970억 원, 12월 말이 3472억 원이다. 자금 조달시장에서 발행한 어음들이 차환이나 상환되지 않아 전액을 다 조달해야 한다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현재까지 조달한 1조 원 외에 자체 현금을 제외하더라도 연말까지 1조 4000억 원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순 계산인 점, 단기 자금 시장에서 차환이나 상환도 일부 가능한 점, 자체 은행 대출로도 조달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금액은 변동될 수 있다. 둔촌주공 사업처럼 시장에서 차환하는 경우도 나왔다. 한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 유동성을 확보하면 연내 도래하는 PF 어음은 대부분 대응 가능할 것”이라며 “보증을 제공한 사업장 중 수도권 비중이 43%에 이르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금융시장 경색 하에서 건설사 유동성 대응력은 집중적으로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의 어려운 상황은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에게 짐이 되고 있다. 롯데건설 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이 대표적이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53%, 순차입금 비율은 7%로 비교적 안정적인 편. 다만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인수를 위해 2조7000억 원 중 내부자금 1조 원을 소진할 예정인 점, 어려운 업황으로 3분기 영업손실 4239억 원으로 2분기 연속 적자인 점 등 사정이 녹록치 않다. 2대 주주인 호텔롯데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반기 기준 1조2276억 원을 보유해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중간 지주사의 금고 문을 열어 계열사에 돈을 넣을 수도 없는 일이다. 과거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의 어려움 때문에 그룹 전체가 휘청였던 사례 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 롯데알미늄 등도 자금 지원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지거나 자금조달 시장 경색이 전반적으로 풀리지 않는다면 당분간 어려움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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