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용철 BISTEP 원장 "부산은 현재 빠른 산업구조 전환이 제일 시급"
기사내용 요약
"지역주도 과학기술 혁신 기관의 모범사례 BISTEP"
설립이후 총 49건, 9770억원 상당의 R&D 사업 유치
제6차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 수립 위원회 위원장직 수행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부산이 적기에 산업구조 전환에 실패한 이유는 동남권의 기반 산업인 중공업이 수도권의 4차산업 제조업에 비해 성장이 부진했고, 부산의 대표적인 산업인 신발과 기계계열 제조업이 부진할 때 이에 상응하는 산업의 중추기능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부산의 과학기술 정책을 기획하고, 미래 발전 청사진을 그리는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 서용철 원장은 9일 부산이 적기에 산업 구조 전환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BISTEP의 모태는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이다. 정부차원에서 KISTEP이 대한민국 전체의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한다면, BISTEP은 부산 발전을 위한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하는 곳이다.
또 BISTEP는 국가 연구개발(R&D)사업의 치열한 유치 경쟁 최전선에 나서 사업들을 기획·유치하고, R&D사업 성과를 평가하는 등 부산 과학기술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BISTEP이 수행하는 업무들은 지역주도 과학기술 혁신을 이끄는 모범사례가 됐으며, 다른 지자체들도 이를 벤치마킹해 대전과학산업진흥원(DISTEP), 충남과학기술진흥원(CIAST) 등이 설립되기도 했다.
서 원장은 "새정부 들어 연구개발의 중심 축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으로 바뀌고 있는 모양새"라며 "지역의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연구개발 정책 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 원장의 이 같은 상황진단은 최근 부산시가 추진 중인 산하기관 구조조정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음은 서용철 원장과 일문일답.
-원장 취임 1년이 됐다. 그동안 가장 역점을 둔 일은 무엇인가.
"'지역주도의 과학기술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는 하향식(Top-down)으로 추진하던 정책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인데, 이전까지는 지역 자체적으로 미래를 그리고 경제 체질을 개선할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부산시는 이를 아주 오래전부터 대비하기 위해 지난 2015년 BISTEP을 설립하고, 상향식(Bottom-up) 균형 발전 중요성을 정부에 계속 제시했다. 그 결과 정부가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 계획의 제5차 계획(2018~2022년)을 수립할 당시 BISTEP이 위원으로 참여해 지역의 정책수요를 알렸다. 이어 올해 수립될 제6차 종합 계획(2023~2027년)에서 BISTEP 원장이 위원장직을 지역 최초로 맡으며, 지역주도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정부에 제안했다. 또 '제6차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의 올해 첫 공청회가 부산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이는 부산시가 그간 지속해서 제시해왔던 지역주도의 균형 발전 정책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정부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으로, 앞으로도 BISTEP이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
-BISTEP에 대해 생소해 하는 시민들이 많다. BISTEP은 어떤 곳이며, 어떤 사업들을 하고 있는가.
"BISTEP은 과학기술 분야 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R&D 사업 유치를 지원하는 한편, 수행된 사업이 지역에 제대로 기여했는지를 평가하는 기능도 맡고 있다. 17개 지자체 중 처음 설립됐으며, 현재 다른 지자체들도 벤치마킹하고 있다. 실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전면에 나서는 업무들은 아니지만 부산에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맡고 있다."
-BISTEP이 그간 거둔 대표적인 성과를 든다면.
"먼저 BISTEP이 설립된 이후 총 49건, 9770억원 상당의 R&D 사업을 정부로부터 유치했다. 대표적으로 '파워 반도체 상용화 사업'(836억원), '탄성소재 고도화 사업'(1064억원), '수산 식품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813억원) 등이 있다. 또 정책 연구 분야에서 지난 2017년 첫 '부산과학기술진흥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올해에는 제2차 종합 계획을 수립했다. 이처럼 지자체 차원에서 종합적인 과학기술 계획을 수립한 곳은 경기도와 부산시뿐이다. 아울러 지난해 '(가칭) 지역 과학기술혁신법' 입법을 위한 공동연구도 추진했다. 아울러 지자체 중 최초로 연구개발사업의 성과평가를 실시하고, 지자체 차원의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방향 수립과 예산 배분·조정을 매년 수행하고 있다."
-부산은 적기에 산업 구조 전환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첫 번째로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 관점', 두 번째로는 '산업 기능의 약화 관점'으로 볼 수 있다. 먼저 산업 패러다임 변화 관점은 동남권의 기반 산업인 중공업이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경기·충청권의 주력 제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이동통신'보다 성장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산업 기능의 약화 관점에서는 1980년대 신발산업 위축, 2000년대 기계계열 제조업 부진 등으로 산업기반이 약화됐으나 이에 상응하는 지식서비스, 큰 기업의 본사 기능 등 산업의 중추기능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전환, 고도화, 다각화라는 관점에서 향후 부산의 산업은 어떤 방향에 주력해야 하는가.
"고도화는 기존 사업영역을 더욱 잘하는 방향의 전략, 다각화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시도해 보는 것, 전환은 기존에 하지 않던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환 관점에서는 부산시의 주력산업인 제조업 소재부품 가공 역량을 활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의료기기와 같은 산업으로 전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고도화 관점에서는 주력산업의 영역에 스마트팩토리 등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적용, 친환경 부품을 적용하기 위한 고도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다각화 관점에서는 물류 등 비교적 훌륭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산업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꼭 어느 한 관점으로 산업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기보다는 부산은 현재 빠른 산업구조 전환이 무엇보다도 긴급한 사안인 만큼 각 산업의 특성에 맞게끔 3개 전략 중 한 방향을 가지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래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정책 수립과 그 결과에 대한 평가 기능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현재 BISTEP은 수준은 어떻게 보나.
"정책 부문은 앞서 말한 '부산과학기술진흥종합 계획' 수립과 운영실적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정책과 연계돼 다양한 연구개발사업의 평가 기능 또한 BISTEP에서 지자체 중 최초로 연구개발사업의 성과평가를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는 이전에 단 한 번도 평가된 적이 없는 '국비의무매칭사업'의 성과를 심층 분석하는 등 부산에서도 정부의 연구개발사업 평가체계에 준하는 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또 부산시는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혁신을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했고, 지자체 단위의 과학기술정책 수립과 평가 기능은 그 어떤 지자체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 하반기 혹은 내년 BISTEP의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
"지난달 31일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와 함께 추진하는 ‘탄성소재 재도약 사업’이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전남(원소재)-부산(중간재)-경남(부품)’을 잇는 탄성소재 인프라 조성 사업이다. BISTEP에서 이번 사업의 기획을 총괄한 만큼, 사업이 실제 유치로 이어지기까지 필요한 부처 대응, 보고서 보안 등 다양한 노력을 추진할 예정이다."
-시민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은.
"BISTEP에서 하는 업무가 연구개발이니, 과학기술이니 어려운 용어들이 많아 시민분들이 많이 생소해 한다. 하지만 당장 사용 중인 스마트폰, 약, 수소 자동차 등 일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대부분이 연구개발의 산물로 이뤄져 있다. 연구개발이라고 하니 어렵게 생각되겠지만, 내 삶을 바꾸는 기회와 미래가 연구개발에 달려있으니 시민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kwon9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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