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상처 묻으려 ‘참사’ 언급 안해”...60주년 ‘소방의 날’...현장 대원들 ‘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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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수록 더 상처가 되니까 다들 가슴에 묻어두고 있어요."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서울 중부소방서 소방대원(소방위)인 권영준 씨는 제60주년 소방의 날인 9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이렇게 털어놨다.
권씨는 "최근 소방대원들은 여느 때처럼 일상을 이어가려 하지만, 그 누구도 이태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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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수록 더 상처가 되니까 다들 가슴에 묻어두고 있어요.”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서울 중부소방서 소방대원(소방위)인 권영준 씨는 제60주년 소방의 날인 9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이렇게 털어놨다. 권씨는 “최근 소방대원들은 여느 때처럼 일상을 이어가려 하지만, 그 누구도 이태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권씨처럼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있었던 소방관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가운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하는 소방관들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 참사 때 근무했던 소방관들 사이에서 상담을 받은 사례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만난 권씨는 올해 경력 20년차인 베테랑이다. 소방관으로 근무하며 숱한 교통사고, 화재 등의 현장에 출동했다. 올 3월 ‘울진 산불’ 때도 투입됐다. 이런 권씨도 이태원 참사는 그동안 겪어온 일들 중 가장 참혹했다고 털어놨다.
권씨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10명 정도 구조했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구조해야 할 사람이 줄지 않아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권씨는 지금까지 심리 상담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이후 그도 달라졌다. 권씨는 요즘 좀처럼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마시던 술도 근무가 비번인 날마다 찾게 된다고 했다. 그는 “최근까지 하루 6~7개비로 줄였던 담배도 한 갑이나 피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날 본지가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2022년 긴급심리지원 현황’을 보면, 이태원 사고가 있기 한 달 전인 올해 9월 한 달 상담을 실시한 소방관들은 1548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참사가 발생한 뒤인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긴급심리지원 대상은 1098명으로 확인됐다. 8일간 지원을 받은 소방관이 지난 한 달의 70.9%나 되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이전에도 소방관들은 이미 지속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려왔다. 소방청이 공개한 ‘소방공무원 찾아가는 상담 실적’을 보면 지난 6년 새 상담 실적이 폭증했다. 서비스가 시작된 2015년 4702명이 상담을 받았지만, 6년 뒤인 지난해에는 상담 인원이 5만3374명으로 11.4배나 늘었다.
김동욱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대변인은 “PTSD를 가진 소방대원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정도 심리 상담사를 붙여서 상담하거나 병원 치료를 받으라고 안내하는 정도”라며 “이미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철·박혜원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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