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단백질 식품 승인…‘제4의 대체육’ 떠올라

곽노필 2022. 11. 9. 11: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1년 심사 끝에 수입·제조·판매 허용
미생물이 이산화탄소 등 먹은 뒤 단백질 배출
핀란드 솔라푸드, 2024년부터 양산 공장 가동
미생물에 공기를 먹여 만든 단백질 ‘솔레인’ 분말. 솔라푸드 제공

공기를 미생물에 먹여 만든 단백질, 이른바 ‘공기단백질’(또는 공기육)이 싱가포르 식품당국으로부터 세계 처음으로 시판 승인을 받았다.

싱가포르는 현재 대체육의 세가지 축인 식물육, 발효육, 배양육의 시판을 모두 허용한 유일한 국가다. 이번에 공기단백질이 이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공기단백질은 ‘제4의 대체육’으로 식품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핀란드의 6년차 식품기술 신생기업 솔라푸드(Solar Foods)는 싱가포르 당국에 관련 문서를 제출한 지 1년만인 지난 9월 공기육의 수입, 제조, 시판 승인을 받았다고 최근 밝혔다. 이 회사는 2024년부터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솔레인이란 이름의 공기육은 공기와 영양성분을 미생물에 먹여 만든 노란색 단백질분말이다. 주재료는 이산화탄소와 수소, 산소다.

이 회사는 수년간의 노력 끝에 이 미생물을 찾아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미생물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해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서 포집한다.

미생물이 들어 있는 생물반응기에 이들 가스와 소량의 다른 영양성분을 주입하면 미생물이 단백질과 탄수물, 지방을 토해낸다. 이를 건조해 분말로 만든 것이 공기단백질이다. 솔레인의 단백질 함량은 65~70%이며 9가지의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들어 있다고 이 회사는 밝혔다. 성분으로만 보면 말린 콩과 비슷하다고 한다.

솔레인 분말이 들어간 식품들. 솔라푸드 제공

친환경성 장점…유럽연합·영국에도 승인 신청

이 단백질의 주된 용도는 빵이나 파스타, 요구르트를 포함해 기존 식품의 단백질 함량을 높이는 것이다. 솔라푸드는 배양육을 만드는 과정에서 동물 세포에 아미노산을 공급하는 데도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솔레인은 다른 대체육 제품과 마찬가지로 기존 축산 및 농업보다 훨씬 친환경적인 식품이라는 게 강점이다. 솔라푸드에 따르면 1㎏의 소고기를 생산하는 데는 1만5천리터의 물이, 1㎏의 대두를 생산하는 데는 2500리터의 물이 필요하지만, 솔레인 단백질가루 1㎏을 생산하는 데는 10리터의 물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공기단백질 제품을 당장 맛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솔라푸드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현재 핀란드 남부인 반타에 첫 양산 공장을 짓고 있다. 솔라푸드는 올해 초 유럽연합과 영국에도 식품 승인을 신청했다. 미국에도 곧 안전성 평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공기단백질이 싱가포르에서 가장 먼저 인정을 받은 것은 이 나라의 미래식품 정책 덕분이다.

식품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싱가포르는 식량 안보를 위해 대체육 제품을 수용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2030년까지 식품 자급률을 30%로 높인다는 게 싱가포르 정부의 목표다.

이에 따라 2020년 12월 미국 잇저스트의 배양육치킨 제품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개사 7가지의 대체육 시판을 허용했다.

에어프로틴이 개발한 공기육 스테이크 ‘에어미트’ 시제품.

1960년대 우주비행사 식품 연구가 시초

공기단백질 기술의 원조는 1960년대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우주비행사 식품 조달 시스템 연구였다. 나사가 먼저 검토한 것은 수직 농장이나 3D프린팅 같은 것이었다. 오늘날엔 널리 보급된 기술이지만 당시 나사는 1년간 검토한 끝에 비현실적이란 판단을 내렸다. 2단계로 자연 세계로 눈을 돌려 찾아낸 것이 바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수소영양박테리아였다. 연구진은 이 미생물이 이산화탄소를 먹고 단백질을 토해내는 것을 발견했다. 나사는 이를 이용하면 우주에서도 식품용 단백질을 자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주비행사들이 날숨을 통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현장에서 곧바로 단백질로 전환해주는 식품 자급 시스템이다. 이 연구는 1967년 12월 보고서로 발표됐다.

미 MIT 물리학박사 출신의 리사 다이슨 박사는 이 방식을 토대로 삼아 2019년 공기단백질 기업 ‘에어 프로틴’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공기단백질로 고기의 식감까지 재현한 ‘에어미트’(공기육) 시제품을 개발해 발표했다. 이 회사는 현재 공장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대기 중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