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러 왔다"… 드디어 한 푼 추신수, 내년에도 SSG서 뛸까
거취 관련 "좀 더 생각해보겠다" 여운 남겨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미국에서는 우승을 하지 못했다. 우승하러 한국에 왔다."
지난해 2월 SSG 랜더스에 전격 입단하며 한국 땅을 밟은 추신수(40)는 우승에 대한 갈증을 씻겠다고 포부를 밝혔는데 1년 9개월 뒤 그 한을 풀었다. 한국 생활 2년 만에 꿈을 이룬 추신수가 내년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갈지는 KBO리그 스토브리그의 화젯거리다.
추신수는 지난 8일 SSG의 통합 우승이 확정된 후 동갑내기 김강민과 부둥켜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토록 꿈꿔왔던 우승이 현실로 이뤄진 순간이었기에 벅찬 감정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우승은 추신수에게 의미가 크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01년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2020년까지 시애틀 매리너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신시내티 레즈, 텍사스 레인저스 등 4개 팀에서 뛰며 개인적으로는 뚜렷한 족적을 남겼지만 한 번도 정상을 밟은 적이 없다.
신시내티 소속으로 2013년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게임, 텍사스 소속으로 2015년과 2016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 나갔지만 소속팀은 첫 관문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프로선수로서 우승은 추신수에게 마지막 과제였다. 2020년 시즌을 마친 후 메이저리그 8개 팀의 제의를 받고도 거취를 쉽게 결정하지 못한 것도 우승 전력을 갖춘 팀에서 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SSG의 제의를 받은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행을 결정했다. 그는 "몇몇 지인들은 '메이저리그 우승이 더 낫지 않냐'고 말했지만 미국에서 못한 걸 한국에서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SSG의 우승 가능성을 봤기에 한국에 오는 걸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추신수는 2시즌 만에 정상에 도달,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입증했다.
정규시즌에서는 타율 0.259, 16홈런, 58타점, 77득점, 1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12를 기록해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개막일부터 최종일까지 1위 자리에서 내려가지 않는 것) 우승에 힘을 보탰다.
추신수는 9월18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미끄러지기)을 하다가 늑간 미세 골절 진단을 받고 정규시즌을 일찍 마쳤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전 경기 리드오프로 선발 출전한 추신수는 완전치 않은 몸상태에서도 타율 0.320, 6득점, OPS 0.774를 기록하며 돌격대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구장 내 식당에서 진행된 축승회에서 샴페인 파티를 즐긴 추신수는 "한국에 올 때 우승을 꿈꿨지만 이렇게 빠른 시일 내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제 다 가진 것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상에 등극한 SSG는 이제 2연패를 향해 달린다. 우승의 한을 푼 추신수가 내년에도 SSG에서 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추신수는 "(내년에도 SSG에서 뛸지에 대해) 아직은 정확한 답변을 못 드리겠다"며 조심스러워했다. 그렇다고 작별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 추신수는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도 있지만 좀 더 생각해보겠다"며 현역 연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추신수는 지난해에도 시즌을 마친 후 거취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당시 그는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가족과도 상의를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승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던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가족과 얘기를 나눈 끝에 SSG와 재계약을 맺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전망이다. 추신수는 지난해 가족을 위해 깜짝 은퇴를 선언한 버스터 포지의 소식을 듣고서 "미국에서는 선수가 더 뛸 수 있음에도 가족을 위해 은퇴하는 게 흔한 일이다. 나 역시 오랫동안 미국에서 지내면서 그런 부분에 동화돼 야구가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추신수는 평소 "은퇴할 때 미련이나 후회가 남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승의 한을 풀었어도 추신수에게 더 뛰겠다는 열정이 남아 있다면 내년에도 SSG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추신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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