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3억원대 ‘반값아파트’ 나오나···SH공사 “이르면 연내 사전예약”
김헌동 “매달 토지임대료, 10년치 등 선납 가능”
기존 8·14단지 평당 분양원가는 최대 1244만원
서울 강남권에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이른바 ‘반값아파트’가 다시 나온다. 강동구 고덕강일지구 3단지에 공급되는 반값아파트의 분양가는 현재 인근 시세의 절반 수준보다 낮고 전셋값보다도 저렴한 3억5000만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이르면 다음 달 사전예약을 받을 계획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고덕강일지구에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아파트를 내놓을 계획”이라며 “이르면 연내 사전예약을 받는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고덕강일 3단지에 토지임대부 주택 5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덕강일 3단지 500가구는 SH공사가 공급하는 반값아파트 물량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땅값이 빠지는 만큼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다만 입주민은 매달 토지임대료를 내야 한다. 입주 후 의무 거주기간이 5년 지나면 공공에 되팔 수 있는데, 이때 시세차익의 최대 70%를 보장받을 수 있다.
고덕강일 3단지에 들어설 반값아파트의 분양가(전용면적 59㎡)는 3억5000만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부동산업계에서는 해당 단지의 반값아파트 분양가로 5억원을 예상했으나 이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검토 중인 것이다. 인근에 있는 강동리버스트4단지(전용면적 59㎡)의 경우 이날 매매가는 9억원 안팎으로, 전셋값은 3억5000만~4억7000만원에 부동산 관련 사이트에 올라와 있다.
김 사장은 “내부 논의에서 3억9000만원도 거론됐지만 이 또한 과도하다고 보고 분양가를 3억5000만원 내외 수준으로 잡았다”며 “이변이 없는 한 분양가 최종확정 때에도 거의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값아파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과 2012년에도 공급됐다. 서초구 우면동 LH서초5단지와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로, 이들 주택의 당시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2억원(월 임대료 50만원)이었다.
SH공사는 이번에 반값아파트를 공급하며 토지임대료를 월 지불 외에 선납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매달 토지임대료를 별도로 내야 한다는 점을 두고 일각에서 월세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김 사장은 “매달 받기보다는 10년이나 50년 치를 선납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책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값아파트 공급은 사전예약으로 진행된다. 김 사장은 사전청약이 아니라 사전예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전예약제는 사전청약과 달리 예약금을 전혀 받지 않고, 건물이 90% 정도 완공된 후 예약자가 직접 (아파트를) 보고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런 불이익 없이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통과가 남아있지만 최대한 빨리 사전예약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건물은 토지와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감가상각이 돼 토지임대부 주택을 소유할 때 큰 이점이 없다는 지적에는 “(앞서 건물만 거래된) 강남 자곡동 아파트는 2억원에 분양됐는데 2017년 5억원, 최근에는 최고 12억원대까지 거래됐다고 한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SH공사는 고덕강일 3단지 외에 마곡·위례지구 등 SH공사가 보유한 토지에도 반값아파트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 반값아파트의 이름은 ‘백년주택’이다.
SH공사는 이날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8·14단지 분양원가도 공개했다. 해당 단지는 2020년 6월 분양해 최근 준공 정산을 완료했다.
고덕강일 8단지 분양원가는 평당 1170만3000원이었다. 평당 분양가는 1771만9000원으로, 분양수익률은(분양수익을 분양가격으로 나눈 값) 33.9%로 집계됐다. 14단지 분양원가는 평당 1244만2000원이었으며 분양가는 1877만3000원이었다. 분양수익률은 33.7%였다.
이들 단지의 평당 분양원가와 수익률은 이보다 1년 앞선 2019년 분양한 고덕강일 4단지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덕강일 4단지는 SH공사의 분양원가 공개 1호 단지다. 평당 분양원가가 1134만5000원, 분양수익률 35.7% 등의 사실이 지난해 12월 공개됐다.
SH공사는 “고덕강일 8단지는 4단지와 인접한 단지로 생활여건·단지특성·건축규모 등이 유사하다”며 “고덕강일 14단지는 지구 내 3공구 중에서도 남측에 위치해 황산사거리를 이용한 광역교통접근성이 우월한 것이 특징이나 용적률이 낮고 소형 임대주택이 많아 상대적으로 원가증가요소가 많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내 SH공사가 자체 건설해 분양한 단지 공개는 이날로 모두 완료됐다. SH공사는 향후 주택건설계획에 따라 사업이 추가되면 준공 후 분양원가 공개를 계속할 방침이다.
김 사장은 “취임 후 1년간 천만 시민의 알 권리 확대와 투명경영 실천을 위해 꾸준히 분양원가를 공개해왔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정책을 통해 집값 안정과 시민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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