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 뗀 최원권 대구 감독 "선수들과 함께 뛰는 감독 되겠다"

최송아 2022. 11. 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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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류 과정서 사령탑 도전 의지 생겨…포기하지 않고, 독하게 할 것"
10월 22일 성남FC와의 38라운드 마치고 팬들과 기념 촬영하는 최원권 감독 [대구F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마지막엔 팬들에게 가서 웃으며 같이 사진 한 장을 찍는 게 남은 시즌 유일한 목표이자 소망입니다."

2022시즌 프로축구 K리그1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9월 초 대구FC가 리그 12경기 무승의 터널을 벗어난 뒤 최원권(41) 당시 감독대행이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대구는 8월 알렉산더 가마(브라질) 감독이 물러난 뒤 수석코치이던 최원권 대행 체제에서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며 당시 강등 위기까지 몰렸다.

9월 7일 성남FC를 상대로 12경기 무승을 끊는 최 대행 체제 첫 승을 올린 이후에도 9월 10일 전북 현대에는 0-5로 대패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9월 18일 FC서울과의 33라운드 3-0 완승을 시작으로 역습을 위주로 한 대구 특유의 축구가 살아나며 4연승을 달렸고, 대구는 파이널 라운드를 무패(3승 2무)로 마쳐 극적으로 1부 생존에 성공했다.

10월 22일 성남과의 최종 38라운드가 끝난 뒤 최 대행은 바람대로 팬들과 웃으며 마주할 수 있었다.

대구 팬들이 원정 관중석에서 펼쳐 든 현수막에는 '새로운 여정, 최원권 감독대행과 함께!'라는 문구 중 '대행'에 'X'표가 그려져 있었고, 이달 7일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대행'을 뗀 뒤 전화로 만난 최 감독은 "제게 과분한 자리"라며 구단과 팬들에게 고마움부터 전했다.

10월 16일 김천 상무와의 37라운드 마치고 미소 짓는 최원권 감독 [대구F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13년 임대 선수로 대구와 인연을 시작, 이듬해 완전 이적한 뒤 2016년 플레잉 코치로 은퇴하고 대구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 온 그는 감독으로의 첫발도 대구에서 떼게 됐다.

최 감독의 정식 선임은 지난 3일 조광래 대구FC 대표와 여전히 대행이던 최 감독이 구단주인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에게 혁신 계획을 보고한 자리에서 굳어졌다.

홍 시장은 조 대표에게 신뢰를 표현하며 신규 스폰서 유치 등 내년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당부했고, 최 감독 정식 임명 얘기도 꺼냈다고 한다.

최 감독은 "제가 대구에 오래 몸담고, 이번에 잔류를 이끈 것 등에 대해 시장님이 보고를 받으신 것 같더라. '잘할 수 있겠냐'고 물으셔서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씀드렸고, 시장님이 대표님에게 '부족함 없이 해주라'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그 순간을 맞이하기 전 '대행 최원권'의 시간은 순탄치 않았다. 전북전 대패 이후엔 팬들의 실망감도 극에 달했고, 최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들고 팬들 앞에 나서서 눈물로 지지를 호소하는 일도 있었다.

최 감독은 "평소 음식을 무척 좋아하는데, 팀이 한창 좋지 않을 땐 미각을 잃을 정도였다. 전북에 지고서 제주 원정을 갔는데, 스스로가 너무 초라해서 안 좋은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10월 12일 수원 삼성과의 36라운드 승리한 뒤 오열하는 최원권 감독 [대구F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그때 선수들도 제가 힘들어 보였는지, 미팅하면서 '우리 원권 선생님 한 번 도와주자. 우리 자존심도 없냐'고 했다더라. 그 얘기를 듣는데 눈물이, 아니 '눈에서 땀'이 났다"며 "그런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여러 복합적인 상황 속에서 감독을 맡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스스로 '정식 사령탑' 얘기를 조 대표나 구단에 꺼내 본 적은 없지만, 이후 극적 반등으로 웃으며 마무리한 '잔류 드라마'를 쓰며 팀을 제대로 이끌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쪽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최 감독은 "선수로도 있었지만, 저는 대구라는 팀에서 주인의식, 책임감을 느끼며 일했다. 2군 코치부터 시작해 저희 아이들이 갓난아기일 때 집에도 안 가고 숙소에 있으면서 선수들을 키워서 그런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함께 팀을 잘 만들어서 매번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팬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느끼며 선수들, 코치들과 더 단단해지는 게 프로로서의 삶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며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게끔 하겠다. 4골을 먹든, 5골을 먹든 벤치에 앉아서 두고 보기만 하는 지도자는 되지 않겠다"며 "선수들과 함께 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0월 1일 서울과의 34라운드 직후 최원권 감독과 세징야 [대구F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팀을 이끌면서 최 감독은 동계훈련부터 탄탄하게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고도 했다. 최근 마무리 훈련에 돌입한 대구는 내년 1월에는 경남 남해에서 담금질할 계획이다.

최 감독은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이후에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더라. 시즌 전부터 선수들에게 맞는 옷을 입혀줘야 한다. 나중에 껴입으라고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독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며 "시행착오도 분명히 있겠지만, 대신 선수들을 믿으니까 포기는 하지 않을 거다.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 자신감을 만들어가며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선수들 영입이 잘 돼 좋은 조합이 이뤄지면 좋겠다. 특히 올해 후반기에 미드필더 쪽에서 부족했던 터라 그 부분 보강은 필수고, 외국인 계약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또 "요 몇 년 동안 2군에서 주축 급으로 올라온 선수가 이진용 정도밖에 없다.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석'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며 "대구의 DNA를 이어가고자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2군 육성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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