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으로 차 몰아 치매 노모 살해한 40대 항소심도 '징역 6년'

피고인 "당시 어머니 동의 받았다…형 너무 무거워"
광주고법 "죄질 좋지 않고 피해 결과 무겁다" 기각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절벽 아래로 차량을 몰아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재판장 이경훈 부장판사)는 9일 오전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돼 원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A씨(48)가 양형 부당을 이유로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19일 오전 4시쯤 제주시 애월읍 애월해안로에서 어머니인 피해자 80대 B씨를 조수석에 태우고 차량을 몰다 11m 높이의 절벽 아래로 돌진해 B씨를 살해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전날 차량을 타고 범행 현장을 답사한 뒤 유서를 작성했다. 유서에는 자신의 어려운 경제적 사정과 치매 환자인 B씨를 돌보던 아내와의 불화 등으로 B씨와의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형님네 집에 가자"며 범행 당일 오전 1시쯤 B씨를 차량에 태우며 제주시에 있는 주거지에서 나왔고, 범행 현장 인근 주차장에서 잠시 머물다 중앙선을 침범하며 절벽 아래로 돌진했다.

당시 A씨는 B씨와 마찬가지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있었지만 혼자만 살아남았다. 사고 직후 스스로 차량에서 탈출한 A씨는 인근 펜션에 구조를 요청해 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이 때 A씨는 뇌출혈, 갈비뼈 골절 등의 중상을 입었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지난 7월21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로부터 징역 6년을 선고받았지만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같은 달 26일 제주지법에 항소장을 냈다.

이번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B씨로부터 극단적 선택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모친인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 결과도 무거우며 도덕적으로도 비난 가능성이 높은 데다 특히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mro1225@news1.kr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