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시행, 저분자·희귀질환 신약 개발사 전략 수정 필요”
내년부터 시행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다양한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전략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IRA는 미국에서의 급격한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다. 기후변화 대응, 의료비 지원, 법인세 인상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9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미국은 IRA에 따라 처방약의 비용 절감을 위해 2026년부터 10개 의약품에 대한 제약사와의 가격 협상 등 국민건강보험과 관련해 640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한다. 의료 복지 확대 등을 위한 재원은 내년부터 연수익 10억달러 이상인 기업들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등 증세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2026년부터 미국 공공의료보험기관(CMS)은 메디케어 ‘파트D’에 해당하는 10개 의약품에 대한 가격협상 권한을 갖는다. 파트D에는 처방약이 속해 있다. CMS가 협상권을 갖는 의약품은 2029년까지 60개로 증가할 예정이다. 2028년엔 ‘파트B’도 가격 협상이 가능하다. 파트B는 진료와 그 외 다른 외래 환자 의료 서비스가 해당된다.
IRA 법안 시행으로 약가협상 대상에 포함되는 저분자 및 희귀질환 신약 등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9년 이상 제네릭(복제약)이 출시되지 않은 저분자 신약, 13년 이상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출시되지 않은 바이오의약품이 가격 협상의 대상이 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가격 협상이 먼저 진행되는 저분자 신약의 개발이 줄어들 것이란 판단이다. 허혜민 연구원은 “다국적 제약사는 물질 도입 이후 임상 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데, 상용화부터 약가 협상 시기까지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기술 도입을 망설일 수 있다”며 “저분자 신약보다 상대적으로 약가 협상까지의 시간이 조금 더 긴 바이오의약품을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오의약품은 암에 매우 뛰어나지만 뇌혈관장벽(BBB)을 뚫기는 상대적으로 어렵다. 이에 뇌 질환 및 일부 암 치료의 혁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허 연구원은 “뇌 질환에서 저분자 신약보다는 항체로 개발하려는 노력이 높아질 수 있고, 뇌혈관장벽을 통과하는 플랫폼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희귀질환 신약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단일 적응증의 희귀질환 치료제만 약가 협상에서 제외되면서다. 통상 기업들은 희귀질환 치료제로 승인받은 뒤 적응증을 확장하는 전략을 펼친다. IRA가 시행되면 희귀질환 치료제가 적응증을 확장하면 약가협상 대상에 포함된다.
허 연구원은 “이에 따라 희귀의약품으로 신속하게 가속승인을 받은 뒤, 적응증을 확장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바이오시밀러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약가 협상에서 제외되기 위해 오리지널 개발사들이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출현이 용이하도록 할 것”이라며 “특허 전략 수정 및 오리지널 제조사와 협상 등이 과거 대비 수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바이오시밀러 경쟁 심화로 이어질 수 있는데, 여기선 원가 경쟁력을 가진 업체가 승자가 될 것”이라며 “셀트리온그룹이 직접 판매에 나섰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며,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될 경우 더 커진 시밀러 시장에서 주도권 굳히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 연구원은 “IRA 법안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정책 변화에 맞춘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전략 수정 등으로 관망세가 있었을 것”이라며 “다만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종 주가에는 IRA 영향보다는 금리 등 대외 변수 영향이 더욱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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